지난 12일 수원교구 평택대리구 왕림본당(주임 윤민재 신부) 교중미사.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조선시대의 한 부인과 하녀로 보이는 두 사람이 무대로 꾸며진 제대에 등장한다.
“천주님의 세상에는 신분, 남녀의 차별이 없으니 ‘마님’이 아니라 ‘형님’으로 불러도 좋다”는 부인의 말에 하인은 몸 둘 바를 몰라 한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관구장 양기희 수녀)가 순교자 성월을 맞아 순교자 현양과 젊은이 성소 계발을 위하여 준비한 한국 천주교회 첫 여성회장 ‘강완숙 골롬바 순교극’ 공연이 펼쳐졌다.
강완숙 골롬바의 최후진술이 성당을 울린다.
“이미 천주교를 배웠고 스스로 ‘죽으면 즐거운 세상(즉 천당)으로 돌아간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므로 비록 형벌을 받아 죽을지라도 신앙의 가르침을 믿는 마음을 고칠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김정숙(데레사·62)씨는 “남녀를 불문하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피 흘리신 선조들의 신심을 다시 한 번 깊이 묵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죽음이 두렵습니다. 살고 싶어요’라는 아들에게마저도 ‘내 사랑하는 아들아. 용기를 내어라’ 하며 오히려 격려하는 대목에서 고개가 숙여졌다”는 지미영(크리스티나·48)씨는 “굳센 믿음의 신앙을 본받아야 겠다”는 다짐을 말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는 매년 수련자들이 한 분의 순교자를 묵상해 순교극을 올리고 있다. ‘강완숙 골롬바’ 순교극은 이날 왕림본당 공연에 이어 19일 서울대교구 이문동본당, 26일 대구대교구 고성동본당에서도 열린다.
연출을 맡은 이광순(루치아) 수련장 수녀는 “피의 박해가 없는 현 시대에서 순교극을 통해 신자들이 신앙을 증거하고 신자로서의 소명을 다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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