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구산성지에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성미술품들이 많다. 성지 입구에서 이곳을 찾아온 신자들을 반기는 성모 마리아상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형태다. 그도 그럴 것이 성모님께 특별한 신심을 가졌던 구산성지 초대 주임 길홍균 신부(1931~1988)가 꿈에서 알현한 성모 마리아를 형상화한 것이다.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 마리아’라고 명명된 성모상은 왕관을 쓰고 오른손에는 지시봉을 들고 있다. 왼손으로는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의 성모 마리아는 가정과 온 인류의 평화를 기린다고 한다. 이 작품은 특히 당시 서울대학교 미대학장이었던 김세중(프란치스코) 화백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성지는 서울 인근에 위치하고 있지만 아직도 시골과 같은 평온함이 남아있다.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 마리아’는 평온한 정경과 어우러져, 여덟 분의 순교자 자취가 남아있는 이곳을 한층 아름답게 만든다.
여기에는 눈여겨 볼 것이 또 하나 있다. 성모상 주변의 회양목이다. 한국 각지에 분포하고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지나칠 수도 있지만 순교 성인들이 묵주를 만들 때 사용했다는 사연을 알게 된다면, 너무도 쉽게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성모상 뒤로는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그리고 십자가 기둥들이 서있다. 각각의 십자가는 성지에 묻혀있는 성인들을 상징한다. 형태도 모두 다르다. 이곳이 고향인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의 십자가는 한국의 전통문양과 결합시킨 모양이다. 십자가에 붙은 8개의 문양은 성인이 서울 동부와 경기 동부 등 사방팔방으로 주님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활동하심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십자가 중앙 둥근모양의 십자가는 예수의 성체와 성심을 의미하는 동시에 성인의 신앙과 전교의 힘이 이곳으로부터 흘러 나왔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회개와 인내의 십자가’(최지현 순교자), ‘성령의 십자가, 눈물의 십자가’(김경희 순교자), ‘천주교인의 향기 십자가, 끈기의 십자가’(김윤심 베드로), ‘증거의 십자가’(김차희), ‘치유의 십자가’(김성희 암브로시오) 등 다양한 십자가를 통해 순교신심을 되새겨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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