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가량의 화폭에 작은 냇가의 징검다리가 펼쳐진다. 징검다리는 투박한 돌이 아니라 아름답게 반짝인다. 늦깎이 화가 이금자(소피아·67·서울 역삼본당) 씨의 작품이다. 작가는 그림 속 징검다리는 하느님과 우리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이씨는 이 그림과 ‘가족Ⅱ’라는 제목의 작품을 사회복지법인 명휘원에 기증했다. 이와 함께 ‘징검다리’ 후원금을 전달했다.
“항상 마음속에 담아뒀던 명휘원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게 돼 기뻐요.”
결혼 후 줄곧 남편과 자녀를 보필해 온 이씨는 10여 년 전부터 수채화를 배웠다. 실력이 쌓여 ‘징검다리’로 한국수채화협회 공모대전 특별상까지 수상했다. 그리고 8월 18~24일 서울 관훈동 경인미술관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씨는 탈렌트를 마음껏 뽐낸 첫 전시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했다. 어머니 같은 따뜻한 마음으로 명휘원에 작품과 판매대금을 기부하기로 결심한 것. 전시비용도 전혀 제하지 않고 판매대금 전액을 오롯이 전달하기로 했다.
“전시비용은 저희 가족이 부담 한 거죠.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지만 제가 어디서 이 돈으로 이만한 기쁨과 행복을 얻을 수 있었겠어요?”
그는 전시 시작부터 기부의사를 밝혔다. 그 따뜻한 마음이 빛을 발해 수많은 이들이 그의 뜻에 함께했다. 게다가 작품을 판매한 대금을 부부의 이름이 아닌 그림을 구입한 이들의 이름으로 전달했다.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제 작품을 구입하신 분이 명휘원과 인연을 맺고 관심과 사랑을 쏟아주실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아름다운 마음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고자 아내가 나섰는데 남편 정지태(안드레아?71) 전 우리은행장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명휘원법인 이사로도 적을 두고 있는 정 이사는 적극적으로 아내를 지원했다.
정 이사는 “아내의 첫 전시가 그림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흐뭇한 전시가 돼 기쁘다”며 “아내가 수익과는 상관없이 이웃과 더불어 나누는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명휘원과의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정지태·이금자 부부의 바람은 소박하다.
“제 그림을 통해서 많은 장애우들이 희망을 가지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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