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가을장마가 심술을 부렸던 11일. 수원교구 남한산성성지와 구산성지, 단내성지에서는 순교자성월을 맞아 순교자 현양미사 봉헌과 더불어 순교신심을 다지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다.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성지를 찾은 교구 신자들은 성지 가득 배인 순교자들의 자취를 마음으로 새기며 백색순교의 삶을 살 것을 다짐했다.
▲ 남한산성성지 순교자현양대회
남한산성성지(전담 박경민 신부)는 11일 성남대리구장 조원규 신부와 성남대리구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순교자 현양미사를 봉헌했다.
조원규 신부는 “남한산성성지는 순교성인들의 신앙의 증거터요. 그분들의 연령을 위한 안식처”라며 “세상 안에서 우리가 나누는 형제적 사랑과 나눔과 용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신앙의 증거자의 삶이며 바로 오늘날 순교의 삶이며 자랑스런 순교성인들의 후예로서 삶”이라고 전했다.
5년 전 집안에 큰 우환이 있어 좌절되고 힘들고 슬플 때마다 찾아와 많은 위안을 받았다는 김명희(안나·성남동본당)씨는 “성지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거나 숲속에 앉아 책을 읽으면 너무나 마음이 편해진다”며 “영육간 쉴 수 있는 이런 성지가 있고 오늘같이 순교성인들을 현양하며 순교자들의 믿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더없이 좋다”고 성지사랑의 마음을 듬뿍 담아 전했다.
▲ 구산성지 순교자의 밤
구산성지(전담 정종득 신부)도 11일 오후 8시 순교자의 밤 행사를 가졌다.
오보에 연주로 구노의 아베마리아가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작된 행사는 입당예절과 참회예절, 빛의 예식, 금관봉헌식, 초 봉헌 순으로 진행됐다.
김대건 신부의 편지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단어 ‘위주 광영’을 되새기며 강론한 정종득 신부는 “순교자들은 오로지 ‘위주 광영’과 ‘위주 치명’의 삶을 살며 영적인 눈으로 하느님을 보았고 신덕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목숨뿐만 아니라 삶 전체를 하느님께 드렸다”며 “우리도 영적인 눈을 통해서 하느님을 볼 수 있다면 나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드리고 의탁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봉사자들과 함께 순교자의 밤을 준비한 권금택(마리나)씨는 “비오는 저녁시간 성지를 찾아 순교자의 밤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특별히 순교성인들을 사랑하는 신심 깊은 신자들인 것 같다”며 먼 곳에서 찾아온 신자들을 보면 기쁘다고 전했다.
▲ 이천지구 순교자현양대회
같은 날 오전 11시. 성 이문우 요한 등 5명의 성인을 기념하고 순교자 정은 바오로의 묘가 자리한 단내성가정성지(전담 이정철 신부)에서는 ‘제5회 이천지구 순교자 현양대회’가 열렸다. 7개 본당 6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지 대성당에서 거행된 현양대회는 현양미사와 성체강복, 성해 공경예절 등 3부에 걸쳐 진행됐다.
용인대리구장 김학렬 신부는 현양미사 강론에서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아 주님 뜻에 따른 구원사업에 동참하는 신앙생활을 이어나가자”며, 안중근 의사의 말을 인용해 “신앙의 씨앗이 튼 지 2세기가 흐른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삶에 있어 힘을 주고 영생불사의 명약인 영성체를 통해 성체성사이신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물러 하느님의 뜻에 동참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 번째로 순교자현양대회에 참가했다는 안유리(안젤라·모전동본당)씨는 “순교자들의 땀과 피로 이루어진 이 땅의 오늘을 사는 신앙의 후예로서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며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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