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하느님 말씀에 순명하며 사셨던 성모 마리아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이 되시는 분이시다. 오로지 하느님의 말씀에 귀기울이고 온전히 그 말씀에 따라 사셨던 마리아를 잊지 않으시고 드높여 주신 사건이 바로 「성모 승천」이다”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하늘의 뭉게구름 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관식의 광경을 장엄하게 표현하고 있다. 엘 그레코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깊이 묵상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서에는 성모 마리아의 대관과 관련된 내용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아래의 구절을 염두에 두고 대관식 그림을 구상한 듯 하다. 『한 여자가 태양을 입고 달을 밟고 별이 열두 개 달린 월계관을 머리에 쓰고 나타났습니다』(요한 묵시록 12,1).
화면의 중앙에 그림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성모 마리아가 기도하듯 양손을 모으고 초생달 위에 앉아 있다. 일찍이 천사의 수태고지(受胎告知)를 듣고서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라며 손을 모았던 마리아는 대관식이 이루어지는 그 영광스러운 현장에서도 변함없이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며 손을 모으고 있다.
성모 마리아의 양 옆에는 성자 하느님과 성부 하느님께서 각각 왼쇤에 권능의 지팡이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왕관을 들어 성모 마리아의 어리 위에 씌워 주려 하고 있다. 구름 사이로 드놓은 하늘이 열리고 성령 하느님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양 날개를 활짝 펴고 축복해 주는 모습니다. 드높은 천상에서 이루어진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에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무수한 천사들과 성인들이 함께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엘 그레코가 그린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장면은 매우 고요하면서도 거룩한 분위기를 풍겨주고 있다. 이 사건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천상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엘 그레코는 다른 분위기로 표현했을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보는 성모 마리아나 하느님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우수에 젖어 있지만 진지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게 엘 그레코 그림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 말씀에 순명하며 사셨던 성모 마리아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이 되신 분이시다. 이 세상에서 오로지 하느님의 말씀에 귀기울이고 온전히 그 말씀에 따라 사셨던 마리아를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시고 드높여 주신 사건이 바로 「성모 승천」이다. 일찍이 성모 마리아에게 일어났던 승천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희망의 표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들 역시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말씀을 따라 살면 승천하신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겨 영원한 생명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 우리가 기리는 성모 승천 대축일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축일이기도 하다.
■ 작가 엘 그레코의 작품·생애
사물의 본질 잘 표현
깊은 기도생활의 산물
뛰어난 종교화가 가운데 한 사람인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는 그리스에서 태어나 이칼리아를 거쳐 스페인에 정착했다. 그는 스페인의 작은 도시 톨레도에 정착하여 종생(終生)때까지 수많은 초상화와 종교화를 그렸다. 오늘날에도 톨레도에는 그가 살던 집과 화실, 빼어난 작품들이 보존되어 있다.
그의 작품이 오늘날까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까닭은 사실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사물의 본질적인 측면까지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을 소재로 하여 그릴 때 인체의 비례를 떠나 마르고 길쭉하며 흐늘거리는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그는 청색과 적색을 즐겨 사용했고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강조함으로써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갖게 되었다.
그는 열심한 가톨릭 교우로서 부인과 사별한 이후에도 재혼하지 않고 외아들과 함께 살면서 그림 그리는 일에만 열중했다고 한다. 엘 그레코의 작품은 깊은 기도생활로써 관상의 경지에 이른 신앙의 소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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