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유수일 주교
“회개의 삶·영적인 삶 충실히 살 것”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을 통해 하느님께서 부족한 저에게 주신 이 큰 직분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무엇보다 먼저 제가 해야 할 일은 제 개인의 회개의 삶과 영적인 삶을 다시금 그리고 보다 충실히 살아가야겠다는 소명의식을 갖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첫 설교요, 가장 중요한 설교인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가 제가 다른 이들에게 하는 설교의 중심내용이 아닌 바로 제 자신에게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설교임을 깨닫습니다.
저는 이제 주님의 말씀 “회개하여라”를 성령의 도우심 가운데 새롭게 실천하는 삶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회개의 삶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한 대로,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참조: 마르 12,30)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하며(참조: 마태 22,30), 나의 육신을 그 악습과 죄악과 더불어 미워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삶을 다시금 충실히 살아가도록 힘쓰겠습니다.
저는 또한 주교라는 목자 직분을 수여받음으로써 목자로서의 중대한 임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우리 주 예수님께서 최후만찬 때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후 하신 말씀,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요한 13,15)를 유념하면서, 주님을 본받아 겸허한 자세로 모든 이 특히 군종교구의 모든 이를 섬기는 삶을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승천에 앞서 당신이 지극히 사랑한 제자 베드로를 따로 부르시어, 그에게 지상의 최고 목자직을 수여하기 앞서 세 번이나 질문하셨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똑같은 질문인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5-17)를 늘 유념하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한 가지 조건만을 사도 베드로에게 제시하셨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자신이 슬퍼할 정도로 세 차례나 이 같은 질문을 받았기에 아마도 순교하는 그 순간까지 주님의 이 질문을 잊지 않고 늘 “예,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하고 고백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자주 그리고 늘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마음을 다해 고백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같은 질문을 던지시고 베드로가 응답할 때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돌본다’는 것은 무엇보다 먹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점과 관련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당신의 교황 취임미사 강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돌본다, 곧 먹인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랑하는 것은 역시 고통 받을 채비를 갖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랑하는 것은 양들에게 진정으로 좋은 것을 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하느님의 진리와 말씀으로 양육시키고 주님께서 복된 성사 안에서 우리에게 주시는 당신의 현존으로 양육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교황님의 이 말씀을 기억하면서, 주님께서 제게 맡기신 이들을 하느님의 진리와 말씀 그리고 성체성사를 통해 영적으로 돌보는 일을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축사】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군종교구 영적 성장·쇄신 기대”
초대 교구장이신 정명조 주교님은 군종교구 설립과 발전의 초석을 놓아주셨습니다. 그리고 2대 이기헌 주교님은 군에서 천주교 위상을 한껏 높이고, 군 성당 건립에 주력해 군종교구는 다른 교구에서는 엄두도 못 낼 군 복음화 25%라는 목표를 세우셨습니다. 이제 더욱 큰 내적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하느님께서는 유수일 주교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유 주교님은 군종교구장으로 임명 받으시고 주교문장의 사목표어를 테살로니카 전서 5장 17절의 말씀 ‘끊임없이 기도하며’로 정하셨습니다. 주교님의 사목표어에서 우리는 앞으로의 군종교구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군종교구는 유 주교님의 임명으로 영적 성장과 쇄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특별히 수도자 출신인 유 주교님은 깊은 영성과 카리스마를 교구민들에게 나누어 주실 것입니다.
군종교구는 연 3만 명이 넘는 영세자를 배출하는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선교 교구’이며 외적 성장에 발맞춰 내적성장도 절실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새 교구장님에게는 교구 사제들과 신자들의 도움과 격려, 특별히 기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항상 주교님에게는 주교님을 사랑하는 교구 사제들과 신자들, 그리고 저희 주교단이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축사】 주한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사람·평화 가치’ 늘 기억하길”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명에 있어 군종교구는 복음화를 위한 특별한 교두보이며, 거룩함의 정점에 닿을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 장소입니다.
20년 전, 정확히 1986년 4월 21일에 공경하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군 사목에 관한 교황 헌장인 ‘군인들에 대한 영적 배려’를 발표하셨습니다.
군 사목에 관한 교황 헌장은 다음의 두 가지 근본적인 가치를 강조합니다. 사람과 평화에 대한 가치입니다. 그러기에 군종교구는 교회 안에서 특별한 조직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유수일 주교님을 군종교구장 주교로 선택하실 때 작은형제회 관구장과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셨던 특별한 역량을 높이 평가하셨습니다. 유 주교님은 참으로 교회의 큰 일꾼이십니다.
이제 유수일 주교님께서는 군종교구장이라는 특별한 직무를 통해 교회에서 봉사할 소명을 받으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주교님께서 당신의 사도적 사명을 수행하실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유 주교님께서는 평화와 자유의 도구로 부름 받은 군인들에게 영적 배려를 아낌없이 베푸실 것입니다. 우리 새 주교님께 주님의 보호하심과 믿음의 굳건함이 있으시길 기도합니다.
■ 【축사】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이 땅에 평화의 복음 실현을”
유수일 주교님의 군종교구장 임명 발표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셨을 것입니다.
초대 교구장이신 정명조 주교님께서는 오랜 군종사제 생활을 하셨고, 2대 교구장 이기헌 주교님도 군종사제를 역임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군종사제 생활의 경험이 없으신 유 주교님을 뜻이 있으셔서 제3대 군종교구장으로 세우셨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유 주교님은 청년시절 작은형제회에 입회하셔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과 정신을 이어받으려고 애써오신 분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예수님에게 매료돼 자기가 가진 모든 특권을 포기한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오직 사랑만 가지고 모든 사람들을 대하려고 애썼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또한 ‘평화의 사도’로 불려왔습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제자로 평생을 살아온 유 주교님께서 군종교구장으로 불림을 받으신 것에는 바로 이런 하느님의 섭리가 감춰져 있는 것입니다.
유 주교님께서 단순히 군종교구장으로서가 아니라 프란치스코 성인의 뒤를 이어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 땅에 평화의 복음을 실현할 수 있는 분이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내리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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