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웃에 살던 한 교우분은 신앙생활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가질 정도로 모범적인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분이 운전하던 차가 교동사고가 나서 딸과 부모님, 동생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던 분이 왜 그런 불행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불공평하신 것 같아 신앙까지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요.
【답】인간은 종교적인 동물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그 말은 인간만이 삶과 죽음 그리고 희노애락의 의미에 대해서 물을 수 있고, 자신의 죽음을 의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동식물들에 대해서 다루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약육강식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는 삶에 대한 애착과 욕심 때문에 자기가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최후의 순간까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법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애착을 죽음을 회피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면 그것은 결코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오래 살기 위한 욕심에서 비롯되는 건강을 위한 노력과 집착은 오히려 현대인들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성서에서는 고난과 죽음의 위협, 때로는 박해를 무릅쓰고 사회의 불의와 구조적인 악을 고발해야 한다는 의인이나 예언자의 역할을 강조해왔습니다. 또 타인을 위해 무죄한 이가 고난을 당하고 무참히 죽임을 당하는 「야훼의 종의 노래」(이사야 42장, 49장, 50장, 52장)에서는 메시아와 같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의 사명과 삶에 대해 강도하고 있습니다.
결국 성서에서 말하는 의미 있는 인생이란 오래 사는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과 계획에 일치된 삶을 말합니다.
모든 이가 바라는 것처럼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 세상 안에서도 성공하고 , 사고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자체가 완성된 곳이 아니고, 사람들 모두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간에, 나라간에 갈등과 다툼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 전지전능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들 모두가 평등한 대우를 받고, 모든 사건이 완성되어 더 이상 고통도 눈물고 없는 곳은 이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임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삶 자체가 신비이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계획이 이루어짐을 우리 신앙인은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신앙인들은 불평등과 불의가 존재하고 있는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고난의 의미를 묵상하면서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운다』(골로 1,24)는 자세를 가지고 보다 적그적으로 살아가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구약성서의 욥기를 읽어보시면서 의인이 당하는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묵상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영춘 신부(서울 사제평생교육원 교무과장)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