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문화가 그리스문화를 자신들의 전통으로 체화시키는데는 300년이 걸렸습니다. 200년 역사의 한국 천주교회가 진정한 「가톨릭」교회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모든 신앙인들의 끊임없는 반성과 쇄신이 필요합니다. 새천년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이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시기입니다』
이광규(안토니오·67·교황청 문화평의회 자문위원) 전 서울대 교수는 대희년을 맞이하는 지식인의 역할을 고민하던 중 「새천년을 향한 가톨릭 지성의 좌표(가제)」라는 제목의 책을 구상하고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가톨릭 지식인 27명이 공동으로 집필하는 이 책은 각 집필지가 자신의 전공분야에 따라 「가톨릭 사상과 전통문화」「가톨릭 지성인의 사회 참여」「지성과 영성」「새천년을 위한 제언」등 4개의 주제 하에 한국 가톨릭 교회의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심재기, 이기용, 정광, 조광, 이남순 교수 등 편집인과 가톨릭 교수회원을 비롯한 집필자들의 학문 분야는 종교학, 사학, 국문학, 법학, 사회학 등으로 다양하다.
이 교수가 이 책의 발간을 결심하게 된 것은 현재 한국 가톨릭 교회에 대한 반성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이 교수는 『그간 한국 천주교회의 기념비적 사건 대부분이 일회적 행사에 치우친 점을 지양하고 보다 내면적인 신앙 성숙을 기하자는 생각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며 『한국 천주교회는 200년 역사 동안 신자수는 팽창했지만 개인의 신앙심이나 신앙인으로서의 생활태도는 성숙하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적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교수는 새천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의 자세와 관련해 『급격한 도시화로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 한국 사회에서 교회는 공동체의 장으로서 기능하는 열린 교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어느 때고 음악이나 영화를 즐길 수 잇는 문화의 장으로 모든 이가 찾는 교회가 될 때 한국교회의 현 과제인 선교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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