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인도 방문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교황이 11월 5일 뉴델리에 도착한 뒤 7일 아시아 각국 주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할 교황 권고문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이다.
「아시아 교회」는 지난해 4월과 5월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아시아 특별총회에서 논의된 모든 내용들을 총결산하는 문헌으로 제삼천년기를 맞아 아시아 대륙의 새 복음화 방향을 총체적으로 담게 된다. 주교시노드의 잇따른 개최는 제삼천년기를 앞둔 교황의 뜻에 따른 것이다.
새로운 천년기로 진입하기 앞서 보편교회와 각 대륙별 지역교회들은 두번째 천년기의 교회를 돌아보고 새 천년기 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아시아 주교시노드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개최된 것이고 교황의 인도 방문 중 발표될 「아시아 교회」는 여기에서 논의된 모든 것을 포용하고 보편교회의 아버지로서 교황이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를 위해 제시하는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헌이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 특별 주교시노드는 아시아 각국에서 모두 251명이 참석해 생명의 수호, 토착화, 종교간 대화, 선교, 정의 구현 등 아시아 대륙의 민족들과 교회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벌였다. 후속문헌은 바로 이처럼 시노드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시아 복음화 방안들을 담게 된다.
인도 방문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의미는 위대한 종교들과의 대화 의지이다.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는 제삼천년기 보편교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복음화의 제1천년기는 유럽이 무대였고 2천년기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이었지만 제3천년기의 무대는 아시아 대륙이다.
아시아대륙은 전세계 인류의 60%가 모여 살면서도 복음화율은 3%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아시아는 세계의 주요 종교들의 발상지이며 중국, 인도, 아랍문화 외에 민족마다 고유하고 수준높은 문화를 자랑하고 있는 지역이다.
아시아에서 힌두교는 8억명에 가깝고 회교도도 그에 버금간다. 불교도 역시 3억을 넘는다. 이들 대종교들과의 대화는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서 선결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인도 방문에 특히 주목되는 것은 힌도교와의 대화이다. 물론 현지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은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테러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대다수 힌두교 지도자들은 교황의 종교간 대화에 대한 의지를 수용할 것이며 인류를 위한 종교간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교황의 방문은 이러한 종교간 대화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뤄진 중국방문 열망
인도 방문 의미에도 불구하고 홍콩 방문의 열망이 무산된 것은 매우 애석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교황의 중국 방문에 대한 열망은 각별하다.
교황은 참석할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중국 완씨안 교구의 교구장 두안 윈밍 주교와 요셉 수 지쑤완 부주교를 주교시노드의 대의원주교로 임명했다. 두안 주교가 시노드에 참석할 수 없음을 전해온 서신이 회의장에서 낭독될 때 교황을 비롯한 교부들은 숙연함 속에서 중국 교회와의 형제애를 느꼈다.
아시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교회를 방문하고자 하는 교황의 바램은 다시한번 뒤로 미루어졌지만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서 중국 복음화는 교황 뿐만 아니라 아시아 교회, 나아가 세계 교회가 새로운 천년기에 가슴에 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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