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넘기며 익어 가는 가을과 함께 숲속 다람쥐들도 겨울 준비로 슬슬 바빠질 때다. 하찮게 보이는 다람쥐들의 겨울나기 음식 중 하나인 도토리는 그러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요즘 결코 가볍게 보아선 안될 소중한 먹거리이다. 산야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도토리는 동의보감은 물론 당초본, 일화초본 등 예로부터 내려오는 문헌 속에서 위와 장을 보호하고 잇몸질환, 화상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이고 남양주시 덕소에서 5대째를 살아와 덕소의 물빛을 닮은 박창열(베드로)-조정래(세실리아)씨 부부가 빚어내는 도토리음식에는 올해로 10년째 음식점을 운영해온 손맛이 그래도 배어있다.
한강이 지척인 덧소에서도 차 소음을 벗어난 산자락에 파묻힌 「다람쥐 마을」(0346-577-4847)은 한가한 숲에 숨어든 은자(隱者)가 만들어낼 것 같은 도토리만으로 된 음식이 상에 올라 신비로움을 더한다. 식욕부진과 피로 숙취 등은 물론 오랜 위장염이나 중독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는 도토리는 현대에 들어 조상들의 지혜가 과학적으로 규명돼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도토리로 이런 음식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상에 오르는 음식 하나하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도토리 수제비와 도토리 사골탕은 고3 아들을 두고 있는 조씨가 가장 신경을 쓰는 수험생과 노약자용 건강 보양식이며, 도토리 빈대떡과 도토리 수육 등은 가을을 만끽하게 한다.
『음식맛만 보고 바삐 돌아가는 곳이 아닌 쉬었다 삶의 힘을 찾아가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원도 횡성의 무공해지역에서 들여오는 도토리를 비롯해 조씨가 직접 챙기는 제철 야채가 어우러지는 음식맛은 굴피로 엮은 지붕과 황토 벽·바닥이 만들어내는 풍취와 어울려 사시사철 아늑한 휴양지로서도 손색이 없다.
부부의 따뜻한 마음은 「다람쥐 마을」에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 속에 온전히 녹아 있어 찾는 이들을 더욱 편안하게 한다. 매주 월요일 음식점 수익금 전액은 이들이 96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무료경로식당인 「베드로의 집」의 기금으로 꼬박꼬박 쌓인다. 『믿음 밖의 이웃도 소중하다』는 신념을 말없이 실천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굴피집과 어우러진 1000여평 안팎의 녹지 공간을 단체 모임터나 야외결혼식장으로 무료로 내놓고 있는 박씨 부부의 넉넉한 마음이 음식을 더욱 맛나게 하는지도 모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