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생활 23년간 하느님께서 커다란 사랑과 자비로 함께 하셨음을 확인하고 앞으로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시간까지 얼마만큼의 깊은 믿음과 신뢰를 두고 희망을 걸 것인지를 묵상했습니다
= 주교품을 받으시고 청주교구장에 착좌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 제 자신이나 환경, 사회 여러가지 여건과 급변하는 주변 정세를 볼 때 두렵고 떨립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불러 주셨으니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오늘이 애 인생의 첫 날이면서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런 마음으로 전체를 투신해서 힘껏 하느님의 소명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 주교 임명 후 7월 15일부터 한달간 피정을 하셨는데 새 교구장 주교로서 신바람 나는 청주교구를 만들기 위해 11만여명의 청주교구 양떼를 이끌고 나가실 중점 사목방향은 정하셨는지요.
▲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 발등에 떨어진 제 자신의 문제가 더 시급했습니다. 그래서 피정 기간에 향후 교구의 중점 사목방향을 묵상할 수 없었습니다. 교구청에서, 또는 가까이에서 사목의 방향을 함께 끌고 나갔던 사람도 아니고 본당 사목보다 특수사목, 특히 배티성지에서 13년간을 사목하다 갑자기 하느님이 불러 주셨는데 이것을 감당하기에는 제 자신이 너무나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피정은 제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매 순간마다 하느님이 어떻게 함께 하시고 주관하시고 이끌어왔는지를 살펴보면서 하느님께 믿음을 달라는 기도가 중심이었습니다.
사제생활 23년간 하느님이 커다란 사랑가 자비로 함께 하셨음을 확실히 보면서 앞으로 하느님이 허락하시는 시간까지 제가 하느님께 얼마만큼 깊은 신뢰를 두고 희망을 거느냐 하는 것이 중심이었습니다.
= 평소에 나름대로 생각하고 계셨던 사목 방향이라고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첫째, 교회의 중요한 사명은 복음화입니다. 교회가 있는 것도, 교회가 해야 하는 것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 가르치는 것이고 복음을 통해 성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복음화의 열쇠는 사제의 쇄신입니다.사제 쇄신없이는 평신도의 쇄신이 있을 수 없고 평신도의 쇄신없이는 교회의 쇄신이 있을 수 없고 교회의 쇄신 없이는 사회 복음화, 재복음화는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사제 성소 계발, 육성을 위해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미 사제가 된 사람들이 사제신원을 분명히 알고 기쁘게 살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등에 많은 관심을 두고 주교로서 일하는 동안 사제쇄신에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신자들의 재교육문제입니다. 사제와 더불어 신자들의 쇄신과 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말씀과 함께 하는 청주교구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따라서 성서와 함께 하고 이를 위한 성장프로그램이 많이 연구되고 진행될 것입니다. 다시말해 성령을 통한 쇄신과 성서를 중심으로 신앙을 한단계 더 끌어 올리는 작업, 어렵더라도 교회와 신자가 쇄신되면 자연히 사회복음화, 나눔 등은 저절로 그리고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소박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둘째로 젊은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과 배려 문제도 정비하고 함께 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 2천년 대희년이 불과 120여일 남았습니다. 대희년을 잘 맞이하기 위한 계획은 어떤 것입니까?
▲ 주교가 새로 바뀌었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흐름을 끊고 획기적인 것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미 청주교구가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해 왔던 방향들, 즉 「새로운 교회」「젊은 교회」「함께 하는 교회」「나아가는 교회」등 교구설정 40주년에 세운 방향과 흐름안에서 대희년을 같이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 청주교구 출신 첫 주교로서 청주교구민들이 거는 기대가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 교구 출신이기 때문에 저도 교구 신부님들을 알고 신부님들도 저를 조금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함께 신학교 생활을 했고 사목을 했고 함께 어려움을 23년간 나눠왔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있고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사목방향도 사제와 신자들과 「함께 하는 사목」, 다시말해 교구장으로서 이들이 하는 하느님 사업의 가운데 서서, 다가가서, 길을 열어놓고 듣고 격려하고 무엇을 돕고 함께 할 수 있을지 몸으로 뛰고 싶습니다. 앉아서 하는 사목이 아니라 찾아가서 함께하는 교구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주교님의 사목표어 「주님의 뜻대로」를 정하게 된 배경과 의미는 무엇인지요.
▲ 전혀 주교직에 대해 생객해 본 적도 없었는데 갑자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서 고통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결정내린 날이 6월 5일이었는데 이날이 최양업(토마스) 신부님이 돌아가신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최양업 신부님의 순명정신을 다시한번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앞으로 당할 고통을 아시면서도 사제로서 하느님의 뜻에 순명한 정신을 묵상했습니다.
또 한가지는 예수님께서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시며 하느님의 뜻에 대한 순명의 고통을 묵상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고통의 땀을 흘리면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뜻이라면 받아들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하느님께 『모르겠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뽑으신 것은 당신 뜻이니 제가 부족하고 준비가 돼 있지는 않지만 당신께 맡깁니다. 나머지는 당신이 알아서 해 주십시오』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여기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긴다는 뜻에서 「주님의 뜻대로」라는 표어가 나오게 됐습니다.
= 청주교구는 꽃동네를 비롯 사회복지 사업과 대안학교인 양업고등학교를 설립, 소외당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복지 및 청소년 사목을 어떻게 추진해 나가실 계획이신지요.
▲ 청주교구는 오래 전부터 신자 수에 비해 많은 자선사업을 활발히 펼쳐왔습니다. 여러 자선단체를 하나로 묶어 같이 대화를 나누면서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해 조직도 새롭게 하고 소규모화 등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쇄신해 나갈 것입니다.
양업고등학교 역시 이제 하나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시행착오가 많고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100% 변화는 이상이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명이라도 변화된다면 하느님 앞에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구 사정도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뒷받침할 생각입니다.
청소년 사목 역시 교회의 미래를 볼 때 매우 중요합니다. 청소년 사목에 관해 교구 사제들의 관심이 매우 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빠른시일 안에 청소년 사목 전담 신부 제도와 인전 자원 양성 등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 청주교구는 「3000운동」과 「40봉헌」운동을 전개하면서 매달 신의주 등지에 지원금을 보내는 등 북한동포돕기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북방선교, 민족화해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 북방선교와 민족 화해 일치는 한국 교회의 소명이고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내에서도 중심이 되는 과제입니다. 이를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은 일단은 자주 만나고 나누고 하는 중에 서루가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유로운 남북왕래를 위해 이를 가로막고 있는 국가보안법 철폐에 교회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궁극적으로 남북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만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을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 청주교구 역시 농촌 본당이 많은데 농촌 사목에 대한 방안은 가지고 계시는지요?
▲ 제일 걱정이 많습니다. 농촌에 가보면 젊은이들이 없습니다. 폐허가 되다시피 비어 있는 곳이 많은 실정입니다. 정말 커다란 숙제입니다.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농간 교류를 통해 도농 본당간 자매 결연 등 같이 만나고 나누는 운동을 활성화시켜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고 사명감을 갖고 농촌사목에 투신하는 신부님을 어렵더라도 돕고 키워주면서 농촌을 살리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하느님이 원하시는 행복한 삶을 위해 이들에게 무언가 해 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 사제 서품후 가장 어려웠던 일이나 보람 있었던 일을 듣고 싶습니다.?
▲ 가장 어려웠던 일은 저의 한마디 말 실수로 평소 친분이 깊던 신자가 마음의 큰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났던 일입니다 그분이 지금은 어디에 계신지 모르지만 찾아서 꼭 용서를 청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보람은 사제품을 받을 때 하느님과 약속 중 하나가 영세자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었는데 LA 에서 교포신자 사목 중 1000여명을 영세시킨 것이 보람되고 가장 큰 기쁨입니다.
=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젊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교구민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 제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를 위해 기도 많이 해주시고 함께 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권은 하느님이 갖고 계시므로 하느님이 은총 주시고 이끌어 주시고 함께 해 주시지 않으면 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부족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주교 임무를 수행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저 역시 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야 되고 신자들께서 기도해 주셔야만 됩니다. 계획한 모든 사업을 하느님께서 강복해 주시도록 기도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시길 거듭 당부 드립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