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교구 사제 인사를 통해 해외선교(연수) 소임을 받은 이상협 신부(2008년 서품)가 9월 29일 아프리카로 출국했다. 이 신부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1년 6개월 정도 선교사제로 활동하기 위한 연수를 받게 된다.
지난 12일, 한창 출국준비에 바쁜 이 신부를 수원대리구 권선동본당에서 만났다. 권선동본당은 이 신부가 사제로서 첫 발을 내디딘 본당이다.
이상협 신부와 함께 자리한 권선동본당 주임 강홍묵 신부는 “여러 보좌신부님들이 본당을 거쳐 갔지만 이 신부님은 오히려 내가 배운 것이 많았던 후배였다”고 말했다. 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앞장서고 검소하고 늘 행동을 먼저 하는 신부였다”면서 본당에 있을 때 바지 2벌로 1년을 지내는 바람에 구멍이 났는데도 꿰매 입으니까 식복사 자매가 ‘바지 좀 사주시라’고 권한 적도 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 신부의 검소한 생활이 드러나는 대목. 강 신부는 “이 신부님은 누구보다도 준비된 선교사제”라며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 해외 선교 사제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인가요?
▲ 부제품을 받은 2007년에 결심하게 됐습니다. 주님께서 부르시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각오가 있었고 그곳이 아프리카 오지라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 요즘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고(故) 이태석 신부님의 영화 ‘울지마 톤즈’가 화제입니다.
▲ 이태석 신부님은 전에 뵌 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살려고 노력하셨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영화로 상영되기 전에 TV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가장 저를 울렸던 장면은 생전 이태석 신부님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며 눈물을 흘리던 현지 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 신부님께서도 곧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만나게 될 텐데요. 어떤 각오나 마음가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수단에) 가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두 달이 넘는 긴 시간을 고민했었습니다. 워낙 낙후된 환경이라 현지인들이 위생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우물을 파거나 음식 문제도 도와야 할 것이고, 또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일학교와 예비자교리 등을 통해 도움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해야 할 일들을 그려보면서 다짐한 것은,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제가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삶 안에서 융화됨으로써 그들 마음속에 예수님을 느끼고 심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수단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그들을 통해 깨닫고, 감사하고 기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선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향후 일정이 어떻게 되십니까?
▲ 29일 출국하면 아프리카 케냐로 갑니다. 케냐에는 두 분의 교구 사제님들(정지용 신부, 표창연 신부)이 수단 선교를 위해 연수중입니다. 저는 그 곳에서 1년 6개월 동안 연수를 하고 임지인 수단으로 갈 계획입니다.
- 잘 다녀오십시오. 저희 모두 신부님의 영육 간 건강을 위해 기도드리겠습니다.
▲ 저는 다시 돌아 올 건데, 신자 분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사람에게 하듯이 인사를 하시더군요. (웃음) 건강하게 소임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차분한 모습 너머로 선교사제로서 이상협 신부의 넘치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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