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성가정을 이룬 만화가 김미숙(미카엘라·51·서울 장한평본당)씨 가정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독서 성가정’의 비법을 파헤쳐보고자 김씨를 만났다.
■ 아이들 최고의 친구는 ‘책’
김미숙씨 가족은 오래전부터 독서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만화가인 남편 유대철(라파엘)씨는 직업적 특성상 책을 많이 읽어야 했다. 덕분에 자녀들도 책을 가까이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씨는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책 읽기에 대한 부담을 안 느끼도록 해주는 거예요.”
김씨는 아이들이 글을 깨우치기 전부터 책을 갖고 놀게 했다. 얇은 동화책으로 집도 만들고, 담도 쌓게 했다. 그렇게 놀면서 보고 싶은 책은 꺼내서 보게 하는 등 책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
아이들이 글을 익혀나가면서는 김씨가 직접 책을 읽고, 자신의 상상력을 접목해 이야기를 전해줬다. 아이들은 ‘어떤 책의 이야기일까’ 궁금해 하면서 그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즐거움을 깨달았다. 당연히 글쓰기 능력도 쑥쑥 향상됐다.
엄마가 상상력을 보태 이야기를 해줬던 것처럼 아이들도 동화 내용을 각색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런 아이들의 재능은 학교에서도 나타났다. 글쓰기 관련 방학특강 외에는 특별히 학원을 보낸 적도 없는데 학교에서 글짓기 능력을 인정받았다. 창의력이나 감수성도 또래에 비해 풍부했다. 20대 중반이 된 자녀들이 조리 있는 말솜씨와 다양한 어휘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어릴 적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지만, 그 중에서도 종교서적을 많이 권했다.
특히 ‘성경’은 필수코스였다. 만화책도 가리지 않고 읽게 했다. 종교와 관련된 작업을 했던 남편의 만화는 자녀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가족의 신앙생활과도 연결됐다. 함께 모여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기도도 하고, 신앙체험을 나누면서 깊은 신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아이들에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꼭 ‘성경’을 읽어야한다고 말해줬더니 열심히 읽더라고요. 종교서적은 아이들의 정서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더군요. 남을 배려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생각하는 모습 등이 다 책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 같아요.”
김씨가 가정에서만 ‘책’을 활용한 것은 아니었다.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활동을 하면서도 책 덕택을 톡톡히 봤다. 학생들에게 딱딱한 교리교육보다는 이야기를 통해 교리를 전해줬다.
“개인적으로 톨스토이 책을 좋아해요. 그래서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니까 기도문을 외우는 것보다 더 좋아하더라고요. 특별히 자기가 읽었던 책 얘기가 나오면 다들 눈빛이 초롱초롱해가지고 듣더라고요. 이런 걸 보면 아이들을 위한 영적 독서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독서고수 부모 밑에 독서고수 자녀
자녀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다분히 부모의 습관 덕분이다. 김씨도 만화작업을 하면서 책을 읽었지만 꼭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일반 책도 물론 흥미롭지만 종교서적을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인터뷰 중간 중간에 그가 소개한 책만 해도 10권이 훌쩍 넘어갔다. 엔도슈사쿠의 「침묵」, A. 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를 비롯해 「혜숙이와 박 신부」, 「더럽게 열심히네」, 「기도와 진리」, 「사막의 교부들」, 「신부님 손수건 한 장 주실래요」, 「이름 없는 순례자」 등이었다.
“종교서적을 많이 읽다보면 일반 책들이 조금은 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만큼 종교서적이 깊이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자연히 묵상도 많이 하게 되고 신앙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종교서적 열혈 마니아인 김씨는 얼마 전까지 본당에서 ‘영적 독서회’ 활동을 했다. 최근에는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지만 독서회 활동을 하면서 여러모로 덕을 봤다. 특히 끊임없이 독서하는 모습이 자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신부님이 직접 책을 읽고 좋은 책을 추천해주시니 한쪽으로 편중된 독서를 하기보다는 신앙에 대한 풍성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어요. 본당마다 영적 독서회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본당도 가정도 영적으로 성화될 것 같아요.”
▲ 자녀 모두를 독서고수로 키운 김미숙씨는 독서로 성가정을 이뤘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과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김씨의 비결이다.
◆ 김미숙씨가 말하는 ‘우리 아이 독서고수 만들기’
“아이들과 함께 종교서적 읽어요”
책을 아이들 ‘친구’로 만들어라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책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그저 책도 그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 중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자라면서 책은 더 이상 장난감도, 친구도 아니다. 공부의 연장선상이고, 어느 순간 멀리하고 싶은 물건이 돼 있다.
김미숙씨는 아이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말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스스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이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한다. 그는 책을 함부로 다룬다고 나무라기보다, 가지고 놀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아이들 입장에서 바라봐야한다. 아이들에게 책은 지식의 보고가 아니라 장난감이자 친구인 것이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어라
독서는 강요한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 부모는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자녀들에게만 강요를 한다면 싫증내기 십상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이다. 아직 글씨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직접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러다보면 책읽기는 습관이 된다.
또한 책을 읽고 가족끼리 의견을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조리 있게 말하는 방법과 글쓰기 능력도 터득하는 것이다. 독서의 고수 김미숙씨는 또 종교서적을 추천한다. 자녀들에게는 종교와 관련된 만화책을 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일반 책도 아이들의 인격, 정서형성에 도움이 되지만 종교서적만큼 훌륭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