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이자 교육자인 요한 보스코(1815~1888) 성인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성인의 어머니 마르가리타는 세 아들과 함께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바칠 만큼 신앙심이 깊었는데, 기도를 마친 다음에는 꼭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였다.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는 바로 본당 신부님이 미사 때 신자들에게 했던 강론 말씀이었다. 어머니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이었지만 본당에서 신부님이 하신 강론을 열심히 들은 뒤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 주었던 것이다. 요한 보스코는 아홉 살이 되어서야 본당의 신부님으로부터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종교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요한 보스코는 자라면서 인기가 많았는데, 그가 친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바로 ‘이야기’였다. 그는 강론 시간이나 교리 시간에 들은 예화나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친구들에게 재미나게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항상 성호경을 긋고 성모송을 바쳤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꼬마 신부님에게 강론 들으러 가자”는 말이 퍼지기도 했다.
요한 보스코가 직접 쓴 위 이야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성인이 어려서 기본적인 독서교육을 잘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독서라고 하면 언뜻 ‘읽기’를 떠올리지만 눈으로 읽기 전에 귀로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귀로 들을 때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구수한 옛 이야기가 마치 지금도 들리는 듯 생생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우리는 흔히 인쇄된 책을 읽어주는 것만이 독서라고 생각하지만, 부모가 그날 있었던 일이나 겪은 사건, 그리고 과거에 경험한 사실들을 들려주는 것도 책을 읽는 것과 같은 것이다. 특히 책을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먼저 부모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부터 하는 것이 좋다.
조선시대 대문장가로 알려진 연암 박지원(1737~1805)은 늦게 글 읽기를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가를 들어서도 글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 박지원에게 처삼촌은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고 옛날 이야기나 역사적 인물의 에피소드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던 어느 날 박지원이 처삼촌에게 “그 많은 이야기들을 어디서 배웠습니까?”하고 물었고, 그때서야 처삼촌은 박지원에게 책을 보여준다. 박지원이 학자이면서도 풍자성 짙은 소설들을 많이 썼던 것도 이야기에 재미를 붙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주는 방식이 있다. 이때 아이는 부모가 읽는 소리와 책 속의 글자를 대응시키면서 글자를 익히며 내용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혼자 읽을 때보다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자신감도 생기고, 집중력이 발달하며, 책을 더 좋아하게 된다. 독서전문가들은 적어도 열 살 때까지는 매일 30분 정도 의무적으로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라고 말한다.
다 알다시피 성경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부분을 들려주거나, 어린이용 성경 이야기를 읽어주면 성경에 흥미를 갖게 하면서 집중력과 이해력도 기르는 효과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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