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임 교구장 정명조 주교 취임사(요지)
저는 이 자리에 서기에 너무나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가난한 자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주님의 종이오니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루가 1,38)를 저의 사목 표어로 삼고, 교구민과 수도자, 사제 여러분의 조언과 적극적인 도움을 기대하며 몇 가지 사목 방침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 교구가 자리하고 있는 이 지역을 사랑하고, 이 지역의 성화(聖化)를 위해 노력합시다. 그 다음은 어렵고 가난하며 소외당한 이웃을 찾아 나섭시다. 마지막으로 지역 복음화 운동으로서 선교에 박차를 가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부산교구 관할 지역의 총 인구는 540만여 명인데, 신자는 전국 평균 8.3%에 훨씬 못 미치는 6.3%로 35만여 명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러한 현실에 책임을 느낍니다. 특별히 교회와 사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큰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복음화에 정성을 들입시다.
친애하는 교구민 여러분, 방금 말씀드린 사목방침과 더불어 우리 교구의 평신도, 수도자, 사제단 여러분께 몇 마디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평신도 여러분, 어려분의 삶의 현장이 바로 지역 사회를 위해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증거와 복음화의 장(場)이라는 것을 새롭게 기억하십시오.
수도자 여러분, 여러분은 하느님을 위해 철저히 자신을 봉헌함으로써 바로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열분의 삶과 기도가 항상 교회를 밝고 맑게, 싱그럽고 튼튼하게 지켜나가는 힘이며,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보화입니다.
형제 사제단 여러분, 저는 여러분만을 믿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새로운 천년기에 복음화의 주역은 바로 사제들 자신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사제의 성화만이 교회가 사는 길이고, 우리 부산교구가 성숙해 갈 힘인 줄을 누구보다 우리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겸소한 사제, 거룩한 사제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끝으로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오시어 기도로 격려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금 깊이 감사드리며, 계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저의 주보 성인인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축일에 저의 심정을 그분의 말씀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있어서 주교이고,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인입니다. 저자는 위험을 내포하고, 후자는 구원을 내포합니다. 내 기쁨이 여러분을 다스리는 데 보다 여러분을 섬기는 데 있게끔 기도와 순종으로 저를 도와주십시오』
1999년 8월 28일
천주교 부산교구 교구장 주교 정명조 아우구스티노
■ 사제단 대표 강요안 신부 축사(요지)
오곡이 익어가는 계절에 깃발을 들고 당신께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기억하시지요. 지난 5월 교구 사제들의 피정때입니다. 당신께서 4박5일 동안 저희들에게 깊은 침묵을 요구하셨고 몇 십년동안 처음으로 안된다는 것을 해냈습니다. 밥을 먹을때도 우리는 묵묵히 침묵했습니다. 당신의 깃발은 이토록 매력적입니다.
시작은 장미빛이 아닌 목마른 고개입니다. 현재 교구 재정은 본당에 의존해 있고 본당은 91개입니다. 유지에 급급하다 보니 인구 30만이 넘는 곳에 성당이 하나뿐인 곳도 있습니다.
이제 5년후면 신부가 100명이 생깁니다. 갈 곳이 없습니다. 교구 사제 약 200명중 거의 반수가 가장 기초적인 사목지인 본당을 떠나 있고 재정적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전국에서도 은최 사제가 가장 많은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신자 34만명에 겨우 판공성사자는 9만명입니다. 그러나 야훼는 승리의 깃발(출애 17,15), 당신께서 그분의 이름으로 깃발을 드시면 새 하늘과 새 땅(묵시21,1)이 오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사사롭지 않으시고 금전에도 투명하신 분이시기에 저희들은 힘이 솟구칩니다.
그 옛날 당신께서 군종신부로 계실때 우리 모두 외로워 때로는 술로 시름을 달랬지만 유독 당신은 술을 마시러 가시지도, 화투놀이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신 적도 없는 유별난 분이셨습니다. 정직하지 못한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셨고 굳은 얼굴이 아니라서 활짝 웃으시는 그 백만불짜리 웃음을 사람들은 너무나도 좋아했지요.
이제 그런 당신께서 오곡이 익어가는 계절에 오셨습니다. 깃발을 들고 오셨습니다. 참으로 우리 모두 환영합니다.
사제단을 대표하여
강요안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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