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밤 8시 어둠이 짙게 깔린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우산리 천진암성지(주임=변기영 신부) 100년 계획 대성당터에서는 초가을의 서늘해져 오는 밤공기를 가르는 잔잔하지만 힘있는 외침이 끊일 듯 끊일 듯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로 열여덟번째를 맞는 겨레와 나라, 가정과 직장을 위한 천진암성지 월례 촛불기도회에 참가한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렘과 엄숙함 속에 초를 들고 성지를 올랐다.
700여명이 한 몸인양 오르는 촛불 행렬에는 남과 여, 나이의 많고 적음이 따로 없었다.
성모상을 앞세우고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를 비롯한 사제단이 이끈 촛불 행렬은 마치 성모님을 의지처로 삼아 어두운 세상을 헤쳐 나가는 군대처럼 어둠이 짙게 내린 성지를 의심없이 따르는 모습들이었다.
한 손에는 초를 한 손에는 묵주를 든 신자들은 성지 입구에서 시작해 대성당터를 한바퀴 돌아 중앙 제단돌에서 한숨을 돌렸다. 제단에서 각 단체별로 봉헌하는 초를 맞은 성모상은 이어 천진암성지 성모경당으로 향했다. 이날 촛불기도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함이 넘쳐 흘렀던 이유는 대성당터를 닦으며 성모님께 봉헌하기로 한 성모경당의 축복식이 함게 거행됐기 때문. 14년전 대규모 터닦이 토목공사를 시작하며 공사가 무사히 끝나면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여겨 대성당을 짓기 전에 봉헌하기로 한 바로 그 성모경당이었다.
행사에 함께 한 최덕기 주교는 이같은 거룩한 신심행사가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길 기원하고 이날 봉헌된 성모경당이 『통일과 같은 이 겨레의 과제를 위해 많은 이들이 즐겨 찾아와 기도를 바치는 장소, 마치 성모님의 태중에서 예수님이 태어나셨듯 100년 대성당이 태어날 수 있는 모태가 되도록 기도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기도드리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성모경당 축복식이 거행된 이날 신자들이 봉헌한 초 하나하나 속에서는 신앙공동체를 위해 나직이 묵주의 기도를 바치는 촛불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모습이 투영돼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