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음」과 「없음」, 선과 악, 집착과 포기의 경계선 사이에서 갈등해 온 노혜경(막달레나·44) 시인이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두 번째 시집을 냈다. 노씨는 두 번째 시집 「뜯어먹기 좋은 빵」에서 물질적 폭력적인 남성중심의 근대사를 뛰어넘어 여성성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탈근대)를 꿈꾼다.
노씨는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엄마 이모 할머니」의 여성성으로 상징되는 신화를 보여준다. 그 신화의 세계는 자아 분열이 없는 안온한 세계일 수도,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서 마주하는 세계일 수도 있고, 남성을 대체하는 여성의 세계일 수도 있으며, 그 모든 것일 수도 있다.
「나/바깥, 관여, 쩍쩍 늘어나다, 헌신/아우슈비츠 또는 광주」등 4부로 이루어진 이번 시집은 자기분열에서 구원에 이르는 「영혼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특히 3부에 실린 「레이스마을 이야기」는 7편의 시로 이루어진 서사시로 부활 신앙에 민담의 전통을 가미하고, 그리스도교 상징주의와 현매 문화의 컬트적 요소를 덧붙인 흥미롭고 아름다운 시이다.
제4부에 실린 시극 「성모의 기사」는 작가가 시대화 화해할 수 없었던 80년대에 바치는 고해성사다.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의 얘기를 담고 있는 이 시극은 죄의 원형인 아우슈비츠와 광주의 슬픔을 겹쳐놓은 「20세기의 진혼곡」이다.
노씨는 『그는 인간성에 대한 어떤 증거를 했는데, 그것이 그의 사랑이며 시집에 담으려 했던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언어로 치유하고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영성시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혜경씨는 91년 「현대시 사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부산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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