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저는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습니다. 개신교에서는 절대로 제사를 지내면 안된다고 들었는데 천주교에서는 비교적 제사를 지내는 것에 대해 개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주교에서는 제사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는지 자세하게 알고 싶습니다.
【답】그리스도교가 유럽에 전파되어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유럽 사회와 문화는 그리스도교를 빼놓고서는 이해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리스도교가 아시아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유럽과 다른 그리스도교적인 문화와 충돌을 일으키게 됩니다.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는 조상 제사문제를 놓고 큰 갈등을 겪게 되면서 100여년 동안 「의례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리스도교 밖에서는 구원을 얻을 수가 없다는 배타성과 유럽문화의 우월성으로 인해 다른 문화와 종교적인 관습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상숭배라고 하여 배척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당시 청나라 황제였던 강희제가 직접 「조상 제사」는 조상과 부모의 음덕을 기리는 국민적인 의례라고 해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조상을 공경하기 위한 제사와 귀신에게 바치는 샤머니즘적인 제사를 구분하지 못했던 당시 유럽의 선교사들과 신학자들로 인해 중국과 한국에서 조상 제사는 한때 우상숭배로 결론이 내려져 금기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성리학적 사고방식에 기반을 둔 중국과 조선에서는 참혹한 박해가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동서양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동양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게 되었고, 조상 제사의 의미에 대해서도 올바로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천주교에서는 공식적으로 교우들이 조상 제사를 지내도 좋다는 허가를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귀신을 달래거나 귀신에게 바치는 형태의 제사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 한국 천주교의 순교자들이 당시에 금지된 조상 제사를 거부하다 순교하였기 때문에 구교우 가정에서는 비록 조상 제사가 허용되었다고 하더라도 미사성제 이외의 모든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천주교 신자들은 비록 교회에서 조상 제사를 허용한다 할지라도 가정 안에서 별다른 갈등이 없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미사 성제와 연도를 통해 조상을 기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또 교회에서 제사를 허용하였다고 하는 것이 제사를 지내야만 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볼 때 무조건 제사를 거부하는 개신교의 경우, 신앙의 명확성을 느끼게 할 수는 있지만 타문화를 존중하는 현대 그리스도교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독단적이고 율법주의적인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천주교에서 제사를 인정하는 본질적인 취지를 잘 헤아리지 못하고 마치 제사를 장려하는 것처럼 이해한다면 이 또한 무분별하고 이기적인 기복신앙으로 흐를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신앙인들은 자기가 속한 문화적인 관습을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하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영춘 신부(서울 사제평생교육원 교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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