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마와 다미아노 성인은 두 분이 늘 함께 언급이 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형제 혹은 쌍둥이로서 활동 시기와 내용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들 형제는 악명 높은 그리스도교 박해자였던 디오클레지아누스 황제가 통치하던 4세기 초 아랍에서 태어나 시리아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이들은 칠리치아의 에게에(Egea)에서 의료 활동을 했는데 무료로 병자들을 치료해주며 훌륭한 의사의 모범이자 의사들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그리스도 교인임을 공표, 디오클레지아누스 황제의 박해 표적이 되어 시리아의 안티오키아 북쪽 시로(Ciro)에서 순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마의 순교사에 의하면 두 성인에게는 안티모, 로렌초, 그리고 에우프레피오라는 세 형제가 더 있었는데 이들 역시 모두 순교당했다고 한다.
458년에 사망한 시로의 주교 테오도레토는 고스마와 다미아노를 “명망 있고 너그러운 순교자”라고 불렀는데 이 같은 기록은 두 성인의 존재에 대한 신빙성을 제공하고 있기에 중요하다.
일찍이 5세기 경 시로에는 두 성인에게 봉헌된 교회가 있었으며, 이후 그곳은 두 성인을 모시는 중심지가 되었다고 한다. 교황 성 펠리체(526~539) 재위 시에는 두 성인의 유해 일부를 로마로 모셔 와서 그들에게 봉헌한 성당을 지었다고 하니 고스마와 다미아노는 중세 초에 상당한 공경을 받았던 성인이었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두 성인에 관한 일화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하루는 팔라디아라는 여인이 다미아노를 찾아와 병을 치료받고 고마움의 표시로 작은 선물을 했는데 주는 이의 성의를 생각하여 다미아노는 그것을 받았다. 나중에 고스마가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노하여 죽고 나면 절대로 다미아노와 한 무덤에 넣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봉사자의 엄격한 태도를 보는 듯하며, 조건없는 봉사에 대한 의미를 생각게 한다. 의사들 중에는 고스마와 다미아노라는 세례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다미아노보다는 고스마를 선호하는 이유 중에는 이 일화가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두 성인이 살던 시대에 칠리치아를 통치하던 리시아라는 로마 제국의 총독은 고스마와 다미아노는 물론이고 이들의 나머지 세 형제들에게도 우상숭배와 배교를 요구했다. 형제들이 말을 듣지 않자 리시아는 이들의 손발을 묶어서 바다에 던졌으나 죽었어야 할 그들이 총독 앞에 다시 나타났다.
이를 본 리시아는 그들이 마법사가 틀림없다며 자신에게도 마술을 가르쳐주면 개종하겠노라고 말했다. 그때 마귀 두 마리가 그의 몸속에 들어가서 마구 때렸다. 리시아가 마귀들이 나가게 해달라고 성인들에게 부탁하자 성인들은 기도를 올렸고 마귀는 총독의 몸에서 빠져 나갔다고 한다.
총독은 이들을 화형 시키려 했으나 불이 붙지 않았고, 오히려 주변 사람에게로 불길이 번졌는가 하면, 돌을 던져도 던진 이에게 되돌아왔다고 한다. 또한 십자가에 매달아서 활을 쏘아도 쏜 사람에게 화살이 되돌아 와 박혀버리는 형국이니 총독은 결국 두 성인을 참수형에 처했다고 한다.
15세기 피렌체의 성 마르코 수도원의 수도원장이자 화가였던 프라 안젤리코는 고스마와 다미아노의 일화를 여러 점의 그림에 나누어 그린 성 마르코 제단화를 남겼다. 그 중의 하나인 이 그림은 다섯 형제가 불길 속에서도 타지 않고 오히려 불이 주변 사람들에게 번져 놀라 도망하는 일화가 그려져 있다. 앞의 두 인물은 불길에 쓰려져 있고, 한 병사는 방패로 불길을 막으며 쓰러진 동료를 구하려 애쓰고 있다. 담 위쪽에는 화형을 명령한 총독과 대신들의 모습이 성인들이 살았던 로마 시대가 아닌 이 그림이 그려진 15세기 피렌체 도심의 실제 건축물을 배경으로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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