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희년을 앞두고 교황님께서 교회의 역사적인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자는 말씀을 여러차례 하셨다고 합니다. 교리를 배울때 교황의 무류권에 대해 배웠습니다. 교황의 가르침은 오류가 없다고 배웠는데 교회가 역사적으로 큰 잘못을 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요?
【답】일반적으로 교회와 신앙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경우 그 문제들이 우리 인간들이 살아온 똑같은 역사 속에서 함께 갈등과 대립과 대화와 화해를 이루면서 형성되어 왔다고 하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질문하신 내용 중에서 교황의 무류권에 대해 말씀을 드리면 교황께서 사조돠에서 신앙과 도덕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최종결정을 내릴 경우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황의 무류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들이 채워져야만 하는데 첫째로 전체 교회의 최고 목자로서가 아닌 교황 개인 자격이나 로마교구의 교구장 자격으로 선언한 것은 무류하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둘째 무류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진리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의사를 가지고 선포되어야 합니다. 셋째, 무류권은 신앙이나 도덕에 관한 문제에 국한되며 과학, 예술, 인문, 정치, 경제, 사회 등에 관한 주장에 대해서는 무류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황님께서 대희년을 맞으면서 교회의 역사적인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자고 말씀하셨을 때 그 사례를 보면 무류권에 해당되지 않는 내용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중세 유럽 사회는 그리스도교 중심의 사회였고 모든 것을 성서와 교회의 가르침을 가지고 설명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는 구약성서가 쓰여지던 무렵의 사람들처럼 지구가 둥글다는 과학적인 지식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우주 만물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지구를 중심으로 하여 경험적으로만 설명하였고 이것이 성서의 가르침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차츰 인구가 늘어나고 필요한 물품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다른 지역과 교역의 필요성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교도인 이슬람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이 막고 있는 육지를 통하지 않고 바다를 통해 인도로 갈 수 있는 길을 찾게 되면서 그 당시까지 믿고 있던 천문학과 과학적인 진리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교회는 그러한 진리들이 밝혀지게 되면 성서마저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지동설과 지구 구형설을 단죄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교회도 그 시대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과학이나 사회변혁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그러한 잘못된 판단들로 인해 지금까지도 민족들간의 분열과 대립, 증오가 계속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황님게서는 대희년을 맞아 그동안 교회가 인류 역사에서 시행착오를 범하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하시면서, 더 나아가 온세상과 인류 전체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서구 중심적인 관점에서 인간 구원에 집착하여 타문화와 민족을 단죄하고 무시했던 역사적인 오류를 계속 이어가지 않기를 바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교인들이 이제는 대희년을 맞으면서 서로 용서와 화해를 이루자고 요청하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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