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선교 또는 군사목의 마지막 보루로 일컬어지는 군종후원회, 그러나 후원회를 바라보는 신자들의 눈길은 차가울 정도다. 이런 신자들의 모습이 군종후원회의 현재 위상을 가늠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암담한 교회의 미래를 엿보게 하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든 또는 가족이나 친구 등으로 인해 한번쯤은 군에 대한 직·간접 체험을 하게 된다. 이런 체험이 군사목의 자양분이 될 여지가 충분함에도 아직까지 군은 메마른 황무지로 남아 있어야 하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사목을 두고 「가두리 사목의 황금어장」「한국교회의 미래」라고 하는 말은 상투어로 변질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같은 생각의 바탕엔 안타까운 현실이 자리잡고 있어 오늘의 현실을 부끄럽게, 때론 슬프게 하고 있다. 현재 군종후원회가 조직돼 있는 곳은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대구 부산 마산 등 4개교구, 전국 곳곳에 위치한 군을 대상으로 한 사목에 큰 구멍이 나 있음을 매번 알아차리게 하는 수치다. 후원회원이 전국을 통틀어 8만50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을 아는 이들은 한숨부터 내쉬기 일쑤다. 실제 이들 회원은 지난 1970년 군종후원회가 생기고 난 이후 한번이라도 후원회에 등록한 이 모두를 포괄하고 있어 이들 중에는 상당수의 허수가 존재한다. 실제 서울대교구 군종후원회의 경우 올 8월 현재 40여개 본당을 중심으로 총 5만 7700여명이 후원회원으로 등록돼 있으나 꾸준히 회비를 내고 있는 회원은 고작 1만 2700여명에 그쳐 22%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사정은 후원회가 있는 여타의 교구에서도 대개 비슷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들 후원회원들이 내는 연회비는 평균 2만 3650원 꼴로 월별로 따지면 200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60만 대군에 다가가기엔 역부족이란 느낌을 품게 하기 충분하다. 이에 비해 개신교나 불교 등 여타 교단에서는 막대한 예산과 선교인력을 투입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6·25가 한창이던 1951년 이 땅에 처음으로 군종활동이 시작된 이래 20년만에야 공식 후원회로 발족한 군종후원회는 지난 89년 독립 교구로 발돋움한 군종교구의 오늘이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60년대 육군사관학교 성당을 제외하곤 우리나라 어느 한 부대에도 없던 군인 성당이 군종후원회의 발족을 계기로 꾸준히 늘어 오늘날 70여 성당, 160여 공소를 거느리기까지 커온 군종교구의 산증인이 됐다. 군을 선교의 황무지에서 황금어장으로 일궈낸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이들만의 고군분투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어 뜻있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열악한 상황속에서 군사목에 임하는 군종사제들의 도움이 되려 백방으로 노력해보지만 현재의 예산으론 항상 역부족임을 느낀다고 일선 관계자들은 털어 놓는다.
군종후원회 이방지 수녀는 『군종사제들은 교회의 무관심 속에 교회와 격리되다시피해 정신적으로 외롭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군사목은 후원회가 있는 몇몇 교구의 책임만이 아니라 교회의 미래를 일구려고 하는 모든 교구의 공동책임』이라고 역설한다.
또 한 관계자는 『교회에서 찾기 힘든 청년들이 그득한 군대를 놔두고 어디서 교회의 미래를 찾을 수 있겠느냐』고 묻고 『군사목의 활성화가 교회 활성화의 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후원회원은 늘었으나 회비는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군사목이 여전히 한계를 벗어나지 못함을 역설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름을 끝끝내 숨기며 소리없는 기도와 지원을 아까지 않고 있는 「은인」들이 있기에 현재의 모습은 당장은 뛰어넘기 힘든 답답함이지만 희망을 품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다.
2천년 대희년과 함께 장년을 맞는 군종후원회, 후원인 한사람 한사람이 한반도에 남은 마지막 황금어장에 던져지는 하느님의 그물이 되도록 하는 길은 각 교구의 결단에 달려 있다. ※군종후원회 중앙회 (02)776-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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