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세상살이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 일생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우리의 일생은 탄생으로 시작하고 죽음으로 끝난다. 탄생에서 죽음까지가 우리에게 살아가라고 주어진 시간이다. 우리에게는 극히 한정된 시간이 주어졌고 세상에서 오직 그 시간만을 살 수 있을 뿐이다.
시간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것이 시간이다. 우리의 生 死 苦 樂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정하게 흐르는 것이 시간이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을 타고 우리의 일생은 빠르게 지나간다.
우리의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자.
얼마나 빨리 지나간 세월이었는가? 까마득한 과거도 바로 앞서 지나간 어제와 같지 않은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처럼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시간도 역시 그렇게 빨리 지나갈 것이다. 우리의 시간이 다 지나가서 죽음을 앞에 두고 살아 온 과거를 돌아볼 때도, 우리는 확실히 『인생이란 단 한 번의 날 숨과 같다』(시편 38,12)고 느낄 것이다.
우리는 하루살이의 짧은 인생을 한탄한다. 그러나 우리의 일생 역시 보잘 것 없는 하루살이에 불과하지 않는가? 덧없이 흘러가는 우리 인생의 끝은 죽음이다. 그러나 죽음은 끝이면서 동시에 시작이다. 죽음은 시간의 끝이고 영원의 시작이다. 죽음은 현세의 덧없는 생명의 끝이고 내세의 끝없는 생명의 시작이다. 이렇게 빠르고 짧게 지나가는 인생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영원하다. 덧없이 흘러서 죽음으로 끝나는 우리의 일생은 아무리 길게 산다 하더라도 끝이 없이 계속되는 영원과 비교한다면 숨 한 번 쉬는 순간에 불과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세상에서 덧없이 지니ㅏ가는 우리의 일생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저 세상에서 만나는 우리의 운명이 영원히 행복할 수도 있고 영원히 불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세상에서 사는 일생을 통해서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불행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혼인잔치의 비유를 통해서 하늘나라를 설명하신다. 이 비유를 통해서 우리는 죽음이 무엇이고 죽음에 뒤 따르는 영원한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는 지를 알아 볼 수 있다. 이 비유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죽음이란 하느님과 인간사이에 영원한 혼인예식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사는 우리의 일생은 하느님과의 영원한 혼인을 준비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사는 동안 주어진 모든 시간들 그 안에서 겪는 모든 사건들·수행해야 하는 모든 일들을 통해서 하느님과의 혼인을 준비하는 것이다.
하늘나라는 무한한 사랑이신 하느님과 일생을 통해 하느님과 결합할 자격을 갖춘 사람의 영혼이 영원히 갈라질 수 없는 혼인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늘나라에서 하느님과 결합한 영혼은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의 기쁨을 하느님과 함게 영원히 우리게 된다. 여기서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 더할 수 없이 완전한 형태로 완성된다. 이때 인간은 지극히 복되신 하느님의 생명을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끝없이 누리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일생을 통해서 하느님과 결합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영혼은 『하늘나라의 바깥 어두운 곳으로 추방되고 거기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게 된다』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운명을 끝없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 불행한 운명으로 맞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 세상에서 하느님과 결합할 자격을 얻게 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 자격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을 하느님과 갈라서게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죄 뿐이다. 죄는 인간을 하느님과 갈라놓고 사람들 사이도 서로 갈라놓는다. 죄는 본질적으로 사랑을 거부하는 행동이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거부하거나 사람에 대한 사랑을 거부하는 것이 죄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사랑이 있는 곳에는 하느님께서 계시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과 손해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기쁨과 슬픔을 헤라리지 않고
자신의 만족과 불만을 돌아보지 않고
조건 없이 아낌없이 주는 것이다.
이런 사랑을 실천할 때 사랑이신 하느님을 우리 안에 모셔들이게 된다.
우리 안에 사랑이 있으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계신 것이고, 우리안에 사랑이 없으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떠나신 것이다. 사랑을 지닌 영혼만이 사랑이신 하느님과 결합할 수 있다. 인생을 사랑으로 살 줄 안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얻는다. 사랑으로 산 시간·사랑으로 한 말·사랑으로 한 생각·사랑으로 한 행동만이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받아 주시는 가치있는 예물이 된다. 사랑으로 살지 않은 모든 시간은 잃어버린 시간이고 사랑으로 하지 않은 모든 행동은 무가치한 행동이다.
이번주부터 수원교구 범계본당 주임 김성배 신부님께서 집필해주시겠습니다.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허영엽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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