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희년은 「충만한 시간」이 와서 『하느님께서 육화 안에서 인류의 역사 속으로 내려오셨다는 바로 그 사실』(「제삼천년기」9항)을 기념하는 것이다.
『때가 찼을 때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보내시어 여자의 몸에서 나게 하셨다』(갈라 4,44).
구약성서의 메시아적 본문은 인간의 역사 안으로 들어오신 이분에 대해 『너는 내 아들, 나 오늘 너를 낳았노라』(시편 2,7)라고 말한다. 또한 루가복음서는 하느님의 힘과 성령으로 인해 잉태된 이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성령이 너에게 내려 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 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그 거룩한 아기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루가 1,35).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가르침과 진리를 단순히 전하는 차원을 넘어, 그분 자신이 진리이며 하느님의 충만한 계시이시다. 예수님은 단지 지성적인 진리이실 뿐 아니라, 살아계신 진리이시다. 이 계시는 우리 안에서 하나의 과정을 일으켜 하느님께 이르게 하신다.
그러면 예수께서는 어떤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주시는가? 예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시며 「하늘에 계신」분이시다.
우리는 하느님을 감히 「우리 아버지」라고 부른다. 당신 아드님께서 우리에게 이를 가르쳐주셨고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께서 근본적이며 첫째가는 「아빠」라는 말을 가르쳐주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가족을 책임지고 배려한다는 뜻에서 가정생활을 계획하고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보살피는 사람(마태 13,52 참조)이기에 「아버지」라는 표현은 사회적인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 아버지는 이해하는 사람이며 자녀들을 인간으로 교육시키고 자녀들로부터 완전한 이해를 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실 모든 가족들이 아버지에게 기대고 아버지의 활동력과 용기와 지혜에 의존한다.
이렇게 이중적인 측면에서 이해된 아버지의 모습이 하느님께 적용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면서 아버지와 한 가정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묶여있음을 느끼고, 더 나아가 가장 깊이있게 사랑받고 이해받음을 느낀다.
하느님은 「나」만의 아버지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이시다. 아드님을 통해 형제가 된 우리 모두는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른다. 세상의 아버지께서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가 나에게 성을 주셨듯이, 하느님은 우리에게 당신의 성, 곧 「하느님의 자녀」라는 성을 주셨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하느님은 「우리 어머니」이기도 하시다. 세상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보완하여 생명을 낳아 양육하는데 동참한다. 하느님은 모든 차이와 구별을 떠나 당신의 단순성 안에 모든 것을 포괄하고 계시기에 「우리 어머니」이시기도 하다.
지상의 체험으로 알게 되는 아버지의 범주 안에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하느님은 초월적인 분으로 남는다. 「주의 기도」에서 하느님을 가리켜 「하늘에 계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우리가 믿는 그분은 한없이 아버지이시고 무한히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뜻한다. 「하늘」은 하느님이 차원 자체를 가리키며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그분의 실재를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부르면서 그분에 대해 지상의 아버지처럼 가깝고 우리를 배려하고 보호해주시는 분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분을 인간의 수준으로 축소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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