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속프란치스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보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재속프란치스코 한국국가형제회(회장 김수업)는 오는 2012년 설립 75주년을 맞아 9일 오후 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학술 심포지엄을 마련, 그동안의 역사와 전망을 짚어보고 프란치스칸의 복음 생활과 교회적 친교의 장을 확장해 나갈 뜻을 다졌다.
‘재속프란치스코회’는 세상 안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사는 이들의 공동체다. 한국국가형제회는 지난 1937년 고(故) 오기선·이광재 신부가 입회하면서 시작, 같은 해 12월 정식으로 설립됐다. 한국국가형제회는 설립 75주년을 준비하면서 지난해 ‘75주년 기념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으며, 기념위원회 주관으로 학술 심포지엄 및 출판과 영적 성숙 관련 사업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학술 심포지엄은 서울에 이어 16일 경남 산청성심원 대성당, 30일 전주 가톨릭센터 3층 강당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재속프란치스칸의 영성과 삶’을 주제로 열린 이 심포지엄은 손진욱(요셉) 전주 프란치스코형제회 회장의 ‘재속프란치스칸의 영성-그 현대적 의미’, 이현주(카타리나) 국가 양성담당(양성위원회 위원장)의 ‘한국 재속프란치스코회 양성-그 현실과 전망’, 심연무(아우구스티노) 전주지구형제회 봉사자의 ‘재속프란치스칸의 사도직 활동-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로 진행됐다.
또한 홍성군(바오로) 경남지구형제회 양성위원 및 양성학교 교사, 김영수(안셀모) 광주지구 파스칼형제회 회장 및 광주지구형제회 양성담당 평의원, 문석기(폴리카르포) 전임 대전지구형제회 회장이 각 주제의 토론자로 나섰다. 다음은 각 발표 요지다.
■ ‘재속프란치스칸의 영성-그 현대적 의미’ - 손진욱(전주 프란치스코형제회 회장)
성 다미아노성당에서의 계시를 중심으로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과 회개 과정을 살펴보고, 여기에 드러나 있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을 정리해봤다. 성인의 영성은 회개, 가난, 작음, 평화, 형제애 등 아주 다양하고 포괄적이라 간단히 정의하기가 어렵지만 다양한 요소들은 ‘복음적 삶’이라는 틀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은 프란치스코 성인 당시의 교회 쇄신은 물론 800여 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재속프란치스칸 영성을 알기 위한 방편으로 재속프란치스코회의 명칭과 회칙의 변천 과정 및 내용을 살펴봤다. 재속프란치스코회의 명칭과 회칙은 시대의 상황과 요청에 맞춰 계속 변화돼 왔으나 프란치스칸 영성의 본질과 핵심은 그대로 유지돼 왔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수정된 현행 ‘바오로 6세 회칙’에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신자들에게 보내신 첫째 편지’와 함께 재속프란치스코회의 정체성, 재속성, 단일성 및 독자성이 명시돼 있으며, 다양한 영성의 구현 방법이 현대의 상황과 요구에 맞게 잘 정리돼 있다.
결국, ‘바오로 6세 회칙’을 통해 볼 수 있는 현대의 재속프란치스칸 영성은 ‘세속에 살면서 성 프란치스코의 모범에 따라 복음을 실행하는 즉 개인의 성화와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나아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현행 ‘바오로 6세 회칙’의 특징과 그것이 현대의 교회와 사회의 쇄신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함으로써 재속프란치스칸의 영성이 갖는 현대적 의미를 찾아보려 했다.
‘바오로 6세 회칙’에는 특징적으로 공의회 정신과 현 시대에 맞게 조정된 다양한 영성의 구현 방법들이 제시돼 있다. 한편, 현대의 교회와 사회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어서 전반적인 쇄신을 필요로 하며, 이에 프란치스칸 영성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된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재속에서 평신도의 신분으로 프란치스칸 영성을 추구하는 재속프란치스칸들의 역할, 즉 소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됐으며, 바로 이런 점에서 재속프란치스칸 영성의 현대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한국 재속프란치스코회 양성-그 현실과 전망’- 이현주(국가 양성담당양성위원회 위원장)
재속프란치스코회 한국 현존 75주년을 앞두고 살펴본 양성의 현실과 전망은 우리에게 형제회 전반에 대한 양성의 문제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살펴볼 기회를 줬다.
양성 전반은 단순히 양성 담당의 직책을 넘어 양성 측면에서 형제회 쇄신의 새로운 방향을 찾고자함이었다. 가장 크게 비중을 둔 부분은 형제회 양성이 인간적 차원과 크리스천적 차원, 프란치스칸적 차원에서 통합적 양성이 되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때문에 양성에 밀접한 양성의 도구들과 양성 책임자들을 살펴봤고, 그 결과 인간적 차원의 양성이 가장 필요함을 알게 됐으며, 여기서부터가 형제회 쇄신의 시작이고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현대는 관계성의 고립을 가져오는 시대고, 이러한 사조는 형제회 안에 스며들어 개인중심주의가 팽배해지고 공동체 정신이 결여된 가운데 교재 중심만의 양성이 이뤄짐으로써 전인적인 양성에는 틈이 생겼다. 이에 회원 각자에게는 양성의 책임이 본인임을 의식해 인간적 성숙을 위한 자기 양성에 충실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끊임없는 자기성찰로 완덕을 향한 여정이 될 것이다.
또한 형제회를 비롯한 회장과 평의회에서는 안일함에 빠지기 쉬운 형제회 운영에 자극이 되고, 나아가 역동적인 형제회, 내적 충실을 기하는 형제회 모습이 되길 바란다. 특히 소그룹 활동을 통한 양성 방안은 실천이 부족했던 양성을 보완하게 될 것이고, 형제회 운영의 수평적 활성화에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소그룹 활동이 활성화 되면 교구의 평신도 사도직 단체 가입이 가능해 교구와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형제회 안에서 일어나길 바라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들은 형제회가 쇄신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또 이 제안들은 한꺼번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두고, 더욱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나아가야 할 것이다.
재속프란치스칸의 생활은 끊임없는 회개생활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교회 안팎으로 사랑받는 성인이다. 그의 모범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재속프란치스칸의 현존이 곧 프란치스코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되새겨 다시금 회개 생활의 길에 들어서야 할 때이다. 이제 한국 재속 프란치스코회 양성은 바로 재속에서 복음생활을 실현해 완덕에 이르고자 하는 목표를 지니고, 그 다양한 방법들로 꾸준히 그리고 역동적으로 주님을 돕고, 교회와 사회의 증거자가 되도록 이끌어 나가야 한다.
■ ‘재속프란치스칸의 사도직 활동-회고와 전망’- 심연무( 전주지구형제회 봉사자)
제3천년기의 벽두를 사는 우리 프란치스칸에게 거는 교회의 기대는 크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1987년 재속프란치스코회 한국 진출 50주년 축사에서 “세속에 머물며 하느님의 것이 되려 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성화가 아니라 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로 변혁시키는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 역할을 수행할 때 세상의 가치관과 필연적으로 대립하게 되지만 프란치스코 성인이야말로 물욕에 젖은 당대 세상에 가난의 행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삶을 삶으로써 하느님의 사람이 되신 분이고 우리 교회와 인류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됐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은 또 “현대에도 물질주의가 세상을 잠식하고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더럽히고 있다. 그럴수록 재속프란치스코회의 사명이 막중하다. 회원 하나하나가 살아가는 모습이 오늘날 한국사회에 가난의 행복과 정결의 가치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자신의 성화 뿐만 아니라 세상의 표양이 돼 공의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도직 활동을 촉구했다.
또한 공의회는 가난한 그리스도를 본받아 현세 재물이 결핍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풍족해지더라도 교만해지지 않아야 하고 겸손하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허영을 탐내지 않으며(갈라5, 26), 사람의 뜻보다는 하느님의 뜻에 들려고 힘쓰고,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언제나 모든 것을 버릴 각오와(루카 14, 26), 정의를 위해 박해를 당할 각오가 서 있으며(마태 5, 10), ‘나를 따르려면 자기를 끊어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마태 16, 24) 하신 주님 말씀을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이는 다시 우리 회칙으로 온존하게 나타나 우리의 사도직 활동을 규정해주고 있다.
국제 평의회 총회장 임마누엘라 데 눈치오 자매 또한 ‘회헌의 공포’에서 ‘지난 세기에도 목숨을 바쳐 세례성사에 충실하고 신앙의 돛은 단 채, 악의 저항함을 보여준 평신도 프란치스칸’ 순교자 형제들을 거론하면서 재속프란치스칸으로서 사도직 활동을 간곡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촉구했다.
우리에게 피의 순교는 요청되지 않더라도 재속프란치스코 안에서 서약을 통해 갱신하고 재확인한 세례 때의 서약을 수행하는 데 있어 일관되고 확고한 증언을 하도록 분명하게 요청된다. 서약의 힘으로 회칙과 회헌의 삶은 우리 각자에게 특별한 성소와 정체성은 물론 일상 체험의 출발점을 대변할 것이고, 이러한 기반 위에 우리의 실존을 찾아나가고 프란치스칸 복음 생활과 교회적 친교의 장으로 형제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러면 그 안에서 ‘삶과 사랑과 고통에 대해(회헌 10조)’ 배우는 것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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