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아늑한 조명.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 사이에는 성물과 이콘, 모자이크가 걸려 있다. 조용히 퍼지는 성음악 그리고 향기로운 차 한 잔이 어울리는 이곳은 한국순교복자빨마수녀회가 운영하는 ‘빨마 북카페’다.
부산 남천동에 자리한 빨마 북카페는 2006년 4월 문을 연 이후 신자들을 위한 안식처로, 또 비신자들을 대상으로는 선교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북카페는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뛰어넘어 복합적인 문화선교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빨마 북카페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달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독서토론회와 매주 화요일 영어성경 나눔이 열린다. 특별히 독서토론회는 북카페가 아름답고 책읽기 좋다는 소문을 듣고 비신자들이 먼저 찾아와 모임을 시작했다. 또 비정기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매달 오카리나 연주회도 갖는다.
빨마 북카페는 신간 신앙서적이 발간될 때마다 별도로 코너를 마련해 전시하는데, 여기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차를 마시며 차분히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일부러 신간코너에 들러 꼭 책을 사가는 열혈 독서애호가도 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신앙서적 외에도 마음 편하게 즐길 다양한 책들이 비치돼 있어 비신자 지역민들에게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광안리와 경성대·부경대 사이에 있는 지리적 여건,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부산 KBS 옆에 위치한 점 등은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의 시선을 받게 되고, 그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게 됐다.
빨마 북카페를 찾은 오선자(마리스텔라·52·부산 좌동본당)씨는 “접근성이 좋은 자리에 신자들을 위한 휴식의 공간이 있다는 점이 기분 좋다”면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독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예쁘다.” “평화롭다.”
처음 북카페에 방문한 이들에게서 나오는 반응이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다 보니 처음에는 더러 쑥스럽고 어색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비신자와 개신교 신자들까지도 공존하는 만남·약속의 장소로 문화의 가교가 됐다.
북카페 책임을 맡은 서남미 수녀는 “한 가지 책이라도 개개인의 반응이나 느낌은 많이 다르기에 이곳을 통해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고, 자연스레 신앙을 드러내고 나눌 수 있다”고 북카페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다.
서 수녀는 이어 “북카페를 우연히 방문한 냉담 교우에게 영적 독서를 권한 후 책으로 말미암아 신앙을 찾고 예전보다 더욱 뜨거운 신앙인으로 살게 된 사례도 있다”면서 “삶의 자리가 다르기에 책을 읽더라도 받아들이는 것도 제각각이지만 그 사람의 상황에 맞춰 멘토가 돼 주고 책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서 수녀는 ▲갓 세례 받은 신자들에게는 아침·저녁기도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책 ▲신앙생활을 한지 오래됐지만 깊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신자들에게는 성인들이 적은 영성서적 ▲흔들리거나 냉담 중인 이들에게는 신앙수기 등 감수성 있는 단편이나 모음집 ▲성경에 관심 많은 신자에게는 단편 주해서 중에서도 얇은 것부터 부담 없이 시작해보길 추천했다.
독서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빨마 북카페 전복진 수녀는 “눈이 향하는 곳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라며 “생활화된 신앙, 깊이 있는 신앙을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자신이며, 우리에겐 주변을 둘러보고 마음의 양식을 청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문화선교의 가교 ‘북카페’
신앙성숙·선교 일석이조
최근 많은 본당에서 만남의 방 대신 ‘북카페’를 만들고 있는 추세다.
북카페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작은 공간을 활용해 신앙을 고취시킬 수도 있고, 전교의 마당이 될 수도 있다.
북카페는 우선 신자에게 신앙서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책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강요보다는 직접 독서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셈이다. 책 종류가 다채로운 것 역시 장점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른 독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본당에서 마련한 신앙서적은 장르에 편중됨이 없어 신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교부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한다. 이는 성숙한 신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로는 전교의 장이 되기도 한다. 북카페는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찾아올 수 있다. 신자들은 물론 냉담 교우와 비신자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이 공간을 통해서 신앙을 찾은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연스럽게 북카페는 문화선교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본당에서 북카페를 운영할 때는 신경써야할 부분이 있다. 성당 내 북카페여도 책의 종류를 종교서적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일반서적부터 종교서적까지 다채롭게 마련할 것을 권한다. 이와 함께 신간도서도 꾸준히 구입하는 것도 북카페 운영에 있어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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