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역에서 내려 차를 타고 한참을 갔다.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꾸불꾸불한 농촌길을 지나니 마을 하나가 보인다. 충남 아산시 음봉면 소동리. 오래된 교우촌이라는 얘기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마당에 성모상을 모신 집들이 눈에 띈다. 마을 뒤편 언덕으로 가니 구절초가 만개한 성모동산과 십자가의 길이 아름다운 한 공소에 다다랐다. 저 멀리 임진강(라파엘) 평신도 선교사가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대전교구 성환본당 관할 소동공소(회장 윤주훈). 아름다운 피정공간이자 웃음 가득한 이 친교의 공동체는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감사 준비에 한창이다.

구절초 향처럼 은은한 신자들 사랑

“어머, 형님도~! 깔깔깔~.”

성모동산과 십자가의 길에 활짝 핀 구절초 꽃을 하나하나 따던 자매님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즐거워 어쩔 줄 몰라 한다. 꽃을 따고, 씻고, 찌고, 말리는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손놀림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하고, 입가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이들은 소동공소 성모회원들. 공소 설립 100주년을 준비하고자 시작한 구절초 꽃차 판매를 위해 성모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좋은 이웃들과 일을 하니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일치와 나눔의 공동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돼요.”

공의순(안나) 성모회장의 말처럼 회원들은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비록 시행착오도 겪는 등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동안 하느님께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공소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윤주훈(루카) 공소회장이 구절초 꽃차를 건넨다. 뜨거운 물에 떠 있는 꽃잎을 후후 불어가며 한 모금 마셨다. 아…. 공소 신자들의 마음이 한순간 전해지는 듯 따뜻한 느낌이다. 이들은 어떤 사연으로 이처럼 사랑의 공동체로 거듭나게 된 것일까.



‘라자로의 기도’로 되살아난 신앙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에 의해 임진강 선교사가 소동공소로 파견되던 2007년 3월 당시, 이곳은 그야말로 척박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십자가도 없이 덩그러니 자리한 공소는 당시 신자들 마음처럼 문이 굳게 잠겨 있었으며, 마른 칡넝쿨과 잡초 등으로 뒤덮여 있었다.

공소를 다시 살리기 위해 임 선교사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라자로의 기도’라고 명명한 기도 프로그램. 요한복음 11장의 내용처럼, 무덤에 묻힌 라자로를 예수님께서 살려 주셨듯이 이 마을의 신앙도 예수님께 청하면 다시금 생기 돋게 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임 선교사는 매일 저녁 8시부터 1시간여 공소 공동체를 위해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의 힘은 통했고, 기적이 일어났다. 신자 대부분이 냉담하던 이곳에 복음의 뿌리가 되살아나게 된 것. 명절에도 계속되던 기도모임은 첫날 9명 참석에서 현재는 매일 평균 18명으로 늘어났고, 지난 1월 2년9개월여 만에 1000일을 기록했다. 24일 현재 1286일째 기도를 바치고 있는 라자로의 기도 덕분에 소동공소 신자들은 일치와 친교의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기적은 이뿐만이 아니다. 2년 넘게 틈틈히 저금한 30만 원을 공소를 위해 써달라며 선뜻 내놓은 한 자매에서부터, 자식들 용돈을 모은 100만 원을 희사한 80대 어르신 등의 정성은 이후 신자들의 십시일반 나눔 실천으로 이어졌다. 특히 2008년 여름 공소 주변에 십자가의 길을 조성하자 서양화가 전영신(크리스티나·대전가톨릭미술가회원)씨가 직접 제작한 도자 상본을 봉헌했다. 2009년에는 윤석복(가밀로) 초대 소동공소 회장의 유지를 따라 증손자인 윤원희(프란치스코·71·인천교구 주안3동본당)씨가 1652㎡의 땅을 기증하면서 공소를 넓히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임진강 선교사는 “이 모든 것이 라자로의 기도 덕분”이라며, “끊임없이 기도하며 일궈낸 이 공동체에 감동하신 성령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100주년 은총에 감사하며

2012년 공소 설립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소동공소는 지난 세월 공동체에 베풀어 주신 하느님 은총에 감사하고, 모든 신자들이 신앙공동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2011년 대림시기부터 기념 감사미사와 음악회, 사진전 등 100주년 기념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공소는 이를 위해 성모회원들을 중심으로 구절초 꽃차를 판매하는 등 기금 마련에 동참하고 있다.

안상철 성환본당 주임 신부는 “임진강 선교사님을 비롯해 모든 공소 신자들이 아름답고 화합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일궈 나가고 있다”며, “기도로써 하느님 안에 일치하고, 신앙의 힘으로 공동체를 강하게 만드는 모습들은 전국 모든 신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소동공소 ‘소동골 구절초 꽃차’

냉증·만성기침에 탁월한 효과

소동공소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소동골 구절초 꽃차’는 매일 신자들의 기도가 끊이지 않는 십자가의 길 언덕과 성모동산에 피어있는 구절초를 채취, 7번의 과정을 거쳐 가공되는 무공해 식품이다.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식물 전체에서 좋은 향기가 나며 해가 잘 비치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도 잘 자란다.

구절초 꽃차는 예로 부터 한방과 민간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으로 암질환 등 만병의 근원인 냉증 치료와 기관지염, 만성기침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신적 안정과 두통, 탈모예방에 좋으며 정혈작용이 강해 혈압을 안정시켜 준다. 진통 소염작용이 강하며, 소화를 도와 위장을 편안하고 튼튼하게 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구절초 꽃차는 유리잔이나 찻잔에 꽃잎을 1~3개 넣고 뜨거운 물에 부어 마시며, 진하게 우려낸 차에 생수를 첨가, 시원한 곳에 두고 상복할 수도 있다.

구입문의 010-6419-7979 임진강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