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은 40년이 지나면 재건축을 한다. 안전한 주거환경으로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다. 한국 천주교회도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시대에 발맞춰 ‘재정비’해야 할 요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성숙한 신앙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가톨릭 성가집」의 개정을 빼놓을 수 없다.
현 「가톨릭 성가집」은 1985년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편찬됐다. 이후 지금까지도 신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성가집에는 500여 곡이 수록돼 있지만 90%가 외국곡일 정도다. 25년째 신자들은 ‘남’의 노래로 주님을 찬미해 왔다. 일반 음악계에서도 ‘우리음악’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교회도 ‘우리성가’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위원장 김종수 주교) 성음악분과는 지난 2005년 이후 새 회중용 전례 성가집 발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4일 성음악분과 위원 백남용 신부를 만나 새 회중용 전례성가집 발간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가 작곡해서 만든 우리 노래로 주님을 찬미드릴 시점입니다.”
백 신부는 인터뷰 초부터 새 회중용 전례 성가집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한마디에는 외국성가를 번역한 곡이 대부분인 현 「가톨릭 성가집」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께 담겨 있었다.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외국곡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제야말로 우리가 만든 성가를 수록한 ‘우리’ 성가집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새롭게 편찬되는 성가집에는 800여 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현 성가집에 비해 수록곡이 늘어난 만큼 장르도 다양하게 구성한다. 국악성가와 CCM(Comtemporary Christian Music)도 각각 100곡씩 담는다. 물론 가톨릭전통의 그레고리오 성가는 기본이다.
“신자들이 더 기쁘게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새 성가집이 도움 됐으면 합니다. 국악성가와 CCM을 수록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이는 또한 토착화와 시대적 요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셈이죠.”
하지만 새 성가집 편찬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우선 교회 내 인프라가 부족하다. 작곡자가 많지 않다보니, 창작곡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 결국 시스템 문제로 연결된다. 개신교의 경우 음악가에 대한 지원이 전폭적인데 반해, 가톨릭은 성음악인 육성과 교육에 소홀히해 온 것이 사실이다. 개신교보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교회 성음악의 치명적 약점이다.
백 신부는 “개신교 찬송가에는 작곡가 한 사람의 곡이 많아야 3~4곡이 들어가지만 현 가톨릭 성가집에는 한 사람 곡이 대거 수록돼 있다”며 “인프라가 좋아야 좋은 곡도 만들진다”고 성음악인 양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회중들이 부르는 성가집에 적합한 노래를 찾는 것도 어렵다. 백 신부는 성음악의 조건에 대해 인간적 감정보다는 주님을 찬양해야하며, 주관적이기보다는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앙에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회 내에는 현재 이런 조건에 맞는 곡들이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준비된 곡이 400여 곡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상태로는 제대로 된 성가집을 만드는 일도 한계가 있다.
이에 성음악분과는 새 성가집을 풍성하게 꾸미고자 다양한 공모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가사 공모에 이어 올해는 창작곡 공모와 기존 성가 수집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창작곡 공모는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예정이다. 지난 5년간이 성가집을 만드는 기초 작업의 기간이었다면, 이후 5년은 본격적인 성가집을 구성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시편은 하느님께 드리는 인간의 아름다운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선조들도 박해 속에서도 ‘천주가사’를 만들어 주님을 찬미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조들의 유산을 키우지 못하고 잊어 버렸죠. 이제는 주님의 은총과 구원을 받고 있는 우리도 우리말로 노래를 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성음악분과뿐 아니라 한국가톨릭작곡가협회, 평협의 성음악 창작곡 발표회, 공모 등이 긍정적입니다.”
백 신부는 또 음악가들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성가 작곡은 음악가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음악가로서 대작을 쓰고 싶은 욕심은 당연하지만 ‘슈베르트’가 가곡을 많이 써서 지금까지 대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회 내 음악가들도 신자들에게 오래 불릴 수 있는 성가를 써주길 바랍니다.”
5년 이내에 새 성가집이 발간될 예정이라고 밝힌 백 신부는 이번 일이 단지 전문가들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성가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자들의 관심과 기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 번 성가집을 만들면 우리 모두가 몇 십년 동안 사용합니다. 하지만 성음악분과가 하는 창작곡 공모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분들도 많죠.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면 한국교회 성음악의 앞날은 절망적입니다. 새 성가 발간은 생각보다 중요한 사업이니 만큼 온 교회가 관심을 갖고 영적 기도를 통해 함께 해야 하겠습니다.”
■ 새 성가집 간행 위한 창작곡·기존 성가곡 수집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성음악분과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새 성가집 간행을 위한 창작곡’을 공모한다. 일반성가, 국악성가, 청소년성가, 어린이성가 등 교우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전례용 성가를 원칙으로 하며 이와 함께 이미 발표된 곡 중 새 성가집에 추천하고 싶은 곡들을 접수받고 있다.
공모 부문은 미사 통상문에 해당되는 성가를 비롯 입당, 예물준비, 영성체, 파견성가와 전례시기 성가, 고유 축일 성가 등이며, 접수는 이메일(cate@cbck.or.kr)이나 우편((우 143-912) 서울시 광진구 중곡1동 643-1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작곡 공모 담당자 앞)으로 접수할 수 있다.
※문의 02-460-7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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