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정도, 힘들 때 만났던 형제님이 있습니다. 그분은 살아오면서 그다지 기쁠 일도 없고, 삶에 대한 열정도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세상에 대한 비난, 주변 사람들에게 대한 흠집, 가족들에 대한 불평,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불만족으로 하루를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6개월 후에 전화가 왔습니다. 내일 배우자와 함께 잠깐 들러도 되겠냐고. 다음 날 그분을 만났는데, ‘뭔가 좋은 일이 있었겠다’ 싶었지만 묻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배우자가 먼저 말해주었습니다.
“우리 애 아빠, 많이 변했죠?”
그러자 형제님이 아내에게 잠깐만 나가 달라며, 둘이서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나가자마자 형제님은 내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6개월 전 그날, 상담을 마칠 즈음 형제님에게 짧지만 좋은 단어 하나를 가지고 생활 중에 묵상하면서 지내면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는데, 그분은 말로는 하겠다고 했지만, 썩 내키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TV를 켜려는데, 탁자 위에 예쁘게 포장된 책이 하나 있어서 아내에게 물으니 단순히 성당에서 선물로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싶어서 포장된 책을 잠시 들었다 놓는데, 그 책 맨 앞에 자그마한 상본 크기의 예쁜 그림이 하나 있고, 그림 위에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이더랍니다. 흔한 글인데, 그날은 그 문구를 읽은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나고, 몸이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머리로,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라는 말이 맴돌더랍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를 살고 있는 나에게 그 말이 커다란 격려로 느껴지더랍니다. 그리고 연이어서 나름대로 단란한 가족과 조금은 먹고 살만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축하스럽고, 좋은 아내가 곁에 있는 것도 축하하고, 예쁜 딸이 있는 것도 축하하게 되더랍니다. 그래서 아내의 양해를 구해서 그 글자를 자신의 방에 붙여 놓고, 몇 달 동안 방을 나설 때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자신에게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했답니다.
그리고 가족에게도, 직장 동료에게도 ‘축하합니다’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니 오히려 자신의 삶이 달라지게 되더랍니다.
그 후로 형제님은 상담 받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지금도 자신과 주변사람들에게 하루를 사는 기쁨을 ‘축하합니다’는 표현으로 나누며 살고 있을 그분을 생각하면서 그냥 웃어봅니다. 그런데 문득 의미심장한 말이 떠올랐답니다. ‘축하합니다. 강석진씨’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