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의 전망은 흔히 장미빛이다. 첨단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컴퓨터를 포함한 전자제품의 결합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리에 앉아 모든 업무는 물론 일상 생활의 번거로운 일들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는 단꿈을 꾸게 한다.
이름하여 「테크노피아」. 기술발전이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 곧 유토피아의 실현에 충분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고도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지닌 정보사회의 장미빛 전망 이면에는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전해주는 따뜻한 인간미의 상실로부터 정보의 집중화로 인한 통제사회의 대두,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으로 나타나는 개인간, 국가간 격차, 기계와 기술문명에 대한 맹목적 신봉으로 인한 영적 가치의 상실 등 어두운 회색빛 우려도 있음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
정보사회의 몇가지 제안들에 대해 교회도 우려를 표시했다. 최근 몇 년간 세계 교회, 특별히 서구 선진국 교회에서 제기된 고해성사 기계라든지 TV를 통한 미사참례, 팩스나 인터넷을 통한 성사, 건물없이 사이버 세계에 설치된 사이버 교회 등의 개념이 일부는 교회의 전통과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불가한 것으로 판정됐고 일부는 시기상조라는 점에서 판단이 유보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보사회가 안고 있는 부정과 긍정의 두 측면들 어떻게 조화롭게 수용할 것인가? 우려와 걱정으로 정보사회로의 진입을 극구 저지할 것인가. 「세상 속의 교회」라는 면에서, 또 이미 온 세상이 정보사회로 들어서 있고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흐름을 막을 수 없고 따라서 교회는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보사회가 주는 장미빛 전망에 사로잡혀 꿈만 꾸고 있을 수도 없다.
오랫동안 매스 미디어의 부정적 특면을 강조해온 교회는 1992년 「새로운 시대」를 통해 정보사회, 전자 커뮤니케이션미디어가 지배하는 새 사회를 「새로운 시대」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물론 교회는 이에 앞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매스미디어교령」에서 하느님의 선물로서 매스미디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활용을 권고했다.
한국교회는 나름대로 이에 대한 대응을 지난 90년대 초부터 본격화해왔다. 교적관리 프로그램이 개발됐고 네트워크가 구축돼 현재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기술적 대응과 적응이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반성과 숙고가 충분하게 병행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정보사회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발전이나 물리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업무처리 방식, 생활양식의 변화는 곧 행동의 기본 틀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동반한다. 예컨대 편지와 전화로 이뤄지던 개인간 관계가 전자메일이 확산됨에 따라 긍정이든 부정이든 새로운 양식을 보이게 됨은 당연하다.
본당 업무에 컴퓨터를 도입해 일을 빠르게 한다든가. 행정 전산망을 구축해서 교구와 본당간의 원할하고 신속한 업무처리를 하는 등으로 정보사회에 대한 교회의 대응이 모두 끝나지는 않는다. 변화가 총체적이기 때문에 대응 역시 총체적이어야 한다.
정보사회에 대한 사목적, 신학적, 철학적, 인간학적, 사회학적 연구 분석이 부재하다. 최근 한 평신도 연구자가 이러한 물음을 본격적으로 던지고 나름대로 해답을 모색한 것은 매우 의미깊다.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원 박문수씨는 최근 박사학위 취득 논문에서 미래 정보사회에서 대두될 윤리문제를 검토하고 정보사회가 지닌 제 요소들을 비판, 정보사회가 오히려 반문명 사회가 될 가능성이 짙음을 지적하며 이와 관련된 지속적인 연구를 촉구했다.
앞으로 정보화는 더욱 진전될 것이고 이에 대한 교회의 대응 역시 수위를 높이게 될 것이다. 여기서 교회는 미래 정보사회의 모습, 그것이 교회가 갖는 관련성, 그안에서 겪을 사목활동의 변화 등 정보사회와 관련된 모든 질문을 던지고 신학, 사목적 해답을 모색해야 한다. 효율성만이 아니라 정보화로 인한 정신과 가치의 변화, 신앙생활의 변화 양상을 가늠하고 연구 분석할 때 비로소 교회 본래의 목적에 걸맞는 정보화, 전산화의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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