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수산(요한 크리스소토모)씨가 중편소설 세 편을 모아 소설집 「4백년의 약속」을 펴냈다.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작품 「4백년의 약속」「시간의 저편」「말 탄 자는 지나가다」는 작가의 뚜렷한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 다양한 시공간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호소력있게 다가온다.
먼저 「4백년의 약속」은 정유재란이 끝날 무렵 일본으로 끌려갔던 도공들이 남긴 시간의 족적을 심수관 가(家)의 줄기찬 생명력을 통해 그린 이야기다. 작가가 직접 일본 가고시마 현지에서 취재하며 고증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독자에게 충실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한편 작가는 작품 「시간의 저편」에서 한국전쟁 이후 남쪽도 북쪽도 아닌 제3국을 찾아 떠났으나 끝내는 인도에 남아 신고(辛苦)의 삶을 살아야했던 반공포로들의 삶을 더듬어 갔다.
또 작품 「말 탄자는 지나가다」에서는 군사 독재정권 시대를 살아 넘으며 한 작가로서 겪어내야 했던 초극을 담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에 이른바 「한수산 필화사건」으로 수사기관에 연행되어 처참하고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한 바 있는 그는 이 소설에서 군사정권의 허구성과 혁명의 덧없음을 풍자한다.
한수산씨는 소설집의 출간과 관련, 『이 세 편은 집요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조국 그리고 역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가 만나야 했던 물음들이었지만 끝내는 「내게 강같은 평화」를 준 작품들이다』고 밝히고 있다.
<나남출판/286쪽/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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