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십자가의 죽음
옷을 벗기고 손을 기둥에 묶어 놓고 등을 쳤다. 이런 고문은 치는 손이 지쳤을 때 혹은 총독이 그만 하라고 명령할 때 중지하게 되어 있었다. 마태로 복음사가에 의하면 예수님은 사형 집행 전에 돌이 깔린 광장에서 태형을 당하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조롱을 당하셨다. 군인들이 그분께 왕처럼 옷을 입히고 왕관 대신 가시로 만든 관을 씌우고 왕홀 대신 갈대를 손에 쥐게 하였다. 그리고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조롱하면서 침을 뱉고 머리를 때렸다.
십자가는 종목과 횡목으로 되어 있었다. 종목은 골고타 언덕에 세워져 있었으므로 횡목만 지고 가셨다. 그러나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라 더 이상 지고 갈 수 없었다. 그리하여 키레네 사람 시몬을 징발하여 대신해서 지고 가게 하였다. 영문도 모르고 변을 당한 시몬은 성서가 읽혀지는 곳이면 어디서나 『인류의 구원자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간 분으로 알려진다. 이유인즉, 사복음서의 핵심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이며, 이 부분은 예루살렘 공동체에서 기록되었을 것이다.
시몬의 아들 알렉산드로와 루뽀가 그리스도인이 되어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이 그리스도교의 핵심임을 알게 되었으리라. 그런데 인류의 구원자이신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간 분은 바로 자기들 아버지라는 사실, 그 자랑할 만한 일을 사람들에게 널리 전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하여 고맙게도 자기들의 아버지 이름이 성서 안에 들어가는 행운을 얻었던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해골산 또는 두개골로 불리던 그 언덕으로 끌고 가 포도주에 아라비아 향유인 몰약을 타서 마시게 하였으나 그것은 마취제였으므로 그분은 거절하였다.
대사(大事) 중의 대사인 인류 구원을 맑은 정신으로 맞이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의 양 손목과 양 발목에 못을 박아세웠다.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신 말씀들을 사복음서를 통하여 모두 모은 것이 가상칠언이다. 그분은 그 고통의 순간에도 의인이 바치는 기도인 시편 22장으로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셨고 어머니를 가장 사랑하시던 제자 요한에게 맡기셨다. 그리고는 『이제 다 이루었다』(요한 19,30) 하시고 돌아가셨다. 무엇을 이루셧는가? 인류 구원 대사! 그 치욕의 십자가는 이제 영광의 십자가로 변화될 것이다. 때는 서기 30년 4월 7일 금요일 오후 3시 였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역사의 예수는 십자가의 치욕적인 횡사(橫死)로 끝난 것처럼 보였다. 제자들도 환멸과 체념 끝에 모두 자기네 가족과 옛 직업으로 되돌아간 듯하며 하느님 나라의 완성에 관한 예수의 설교는 모두 거짓으로 판명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분의 사건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그분은 미리 예언하신 대로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것이다.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그들의 손에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난 것이다』(마태 16,21)
4) 신앙의 예수
예수님 부활 신앙은 인간적으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신앙이 없다면 그리스도교는 있을 수 없다. 여기에 관해서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꼼짝없이 그분께 사로잡힌 사도 성 바오로의 말씀이 옳고도 옳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전한 것도 헛된 것이요 여러분의 믿음도 헛된 것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1고린 15,14). 이제 그분은 역사의 존재에서 믿음의 대상이 되셨고 시공을 초월하는 분으로 존재하신다.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영원한 존재로, 공간을 넘어 두루 편재하는 분으로, 생성소멸 법칙을 넘어 불사불멸하는 분이 되셨다. 역사적 인물이 초월자가 되신 것이다. 그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영으로(1고린 15,45) 또는 신령한 분으로(요한 20,14-18) 존재하신다. : 보이지 않으시지만 두루 계시는 분. 그분의 부활은 원시교회 신앙 공동체가 전해준 가장 중요하고 오래된 전승이었다. 『나는 내가 전해 받은 가장 중요한 것을 여러분에게 전해 드렸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성서에 기록된 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셨다는 것과 무덤에 묻히셨다는 것과 성서에 기록된 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셧다는 것과 그 후 여러 사람에게 나타나셨다는 사실입니다』(1고린 15,3-5). 그분의 부활과 발현에 대해서는 성서의 여러 곳에서 증언하고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목격한 사람들은 우선 그분한테 꼼짝없이 사로잡혀 신앙의 눈을 뜨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분명히 부활하신 그분을 『보았다』 그리하여 확신을 가지고 믿게 되었다. 이것은 그들에게는 의심할 수 없는 사건으로서 잠시 절망하고 단념한 자기들의 성소의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로 부활 체험은 하느님과의 만남, 즉 신체험(神體驗)이라는 특징을 띠고 있다. 그들이 체험하고 깨닫게 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죽음을 거쳐 궁극적으로 도래한 하느님 나라라는 현실이요 십자가에 처형되신 분의 모습에서 하느님 죽음에서 생명으로 『지나가신』그 파스카는 그분을 주님과 그리스도로 믿고 고백하는 모든 이에게도 성령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게한다. 이제 흩어졋던 제자들은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 확신은 위로부터 오는 능력을 받은 다음부터 더욱더 견고해졌으며 스승으로부터 보고 듣고 배운 것을 모두 깨닫고 전적인 투신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하였다기보다는 그렇게 하도록 전능하신 분의 손길이 그들을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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