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전모씨는 며칠전 주차위반 벌금 고지서를 받아들고는 치미는 화를 삭이느라 애를 먹었다.
『비상등을 켜놓고 잠시 일을 보는 사이 스티커를 붙였더라구요. 안내나 경고방송 한번 없이 운전자가 없는 사이 몰래 딱지를 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단속 대행업소들의 무리한 단속행위 때문에 억울한 경우를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작 전씨가 화가 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연일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장식하고 있는 재벌그룹과 기업주들의 탈세행태 때문. 『몇만원 벌금 내기도 억울한 판에 국민의 세금으로 국고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재벌기업이 상상도 안되는 엄청난 돈을 탈세하고 해외로 빼돌리려 했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그저 놀랍고 답답할 뿐입니다』
평소 자동차세가 터무니없이 높다는데 불만을 가져온 회사원 김끼도 심정은 마찬가지.
『동료들과 함께 한 자리에선 어김없이 기업과 기업주들의 탈세 뉴스가 화제거리다』는 그는 『일부 부유계층의 땅에 떨어진 납세도의에 대해 갑작스런 실직에 따른 퇴직금이나 삭감된 봉급에서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는 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얼굴을 붉혔다.
세금은 힘없는 자들의 몫?
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의 탈세나 조세포탈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한진·통일그룹의 탈세사건은 그 규모나 수법면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기데 충분하다.
한진그룹 4개 계열사와 조중훈 명예회장 부자의 탈루소득이 1조 595억원이나 되고, 이에 따른 탈세추징액도 5416억원에 이르러 탈루소득이나 탈세추징액 모두 사상 최대라고 한다.
그뿐인가. 한켠에선 모 중앙일간지가 사주가 탈세혐의로 구속되자 해당 언론사는 「언론길들이기」라며 결사항쟁을 부르짖고, 정부는 조세정의 차원의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하며 마치 「전면전」을 치르는듯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이 언론사는 IPU(국제언론인협회) 등 국제 언론단체에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고, 그 과정에서 해당 언론사의 떳떳치 못한 행위가 국내 다른 언론들에 의해 폭로되는 등 국민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행태를 연출하고 있다.
세금과 관련된 갖가지 부정과 부조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윤추구와 소득증대라는 자본주의의 특성에 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연된 이기주의가 이를 부채질 한다.
세금(조세·組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경비에 충당할 재력을 얻기 위해 반대급부 없이 일반 국민들로부터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금전이나 재물』을 말한다.
따라서 특정한 경비에 충당하기 위한 목적, 세나 각종 부담금,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벌금, 과태료 등과는 구별되어 일반 조세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그에 따른 의무 역시 모든 국민들에게 동등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여기에도 소위 「조세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대표적으로 통용되는 것이 「R. A. 머스그레이브」의 「조세 5원칙」인데, 이 가운데 첫번째가 「조세형평성」, 즉 『조세부담의 배분은 공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주, 세금을 거둬들여 세수(稅收)를 늘이려는 국가·자치단체와 조금이라도 세금을 적게 내고 지출을 막으려는 국민들 사이의 갈등이 충돌을 빚는다.
그러나 실상 이러한 갈등은 형평성을 잃은 조세분배, 갈수록 심화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실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심리적 박탈감에서 비롯되는 수가 많다.
『5대 재벌, 땅은 많고 세금은 쥐꼬리』『거액 탈세 ○○○ 무더기 적발』등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굵직한 제목들. 신성한 세금을 흥정대상으로 삼아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긁어모앗다는 이른바 「세풍(稅風)사건」. 이 모두가 세금징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소득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그에 따른 세금이 원천 징수되는 봉금생활자들이 「봉」인가 하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반면에 자유직업인들중 의사·변호사와 같은 부유층의 소득액이 허위로 신고되고 세금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고 있어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엔 국민연금 전 국민 확대 실시 방침에 따라 이들 자영업자들의 소득신고를 받았을때도 혹시나 이것이 과세자료로 활용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신고액이 형편없이 낮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달 순소득이 수천만원대인 특정 계층 자영업자들의 신고액이 도시근로자들 평균 소득보다 낮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밖엔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모든 불공정한 상황들이 『세금은 힘없는 사람만 제대로 내는 것』이라는 자괴감을 갖게 한다. 어떻게든 권력과 결탁하려 하고 온갖 연줄을 동원해 탈세의 방법을 찾으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세에 관한 교회의 입장은 「공동선」과 「정의」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공동선이란 『집단이나 구성원 개개인으로 하여금 보다 완전하고 보다 용이하게 자기완성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생활상 여러 가지 조건들의 총체』(사목헌장 26항)다. 「*조세의무」도 이 조건에서 예외일 수 없다.
공동선·정의실현을 위하여
사목헌장은 조세법 준수, 곧 납세이무에 관해 보다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공동체로 불리움 받는 우리가 개인적인 윤리로 떨어진다면 이는 명백히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죄악인 것이다. 각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이웃의 필요를 따라 공동선에 기여하고 사적이거나 공적인 제도들을 촉진하고 원조하여 생활조건 개선에 이바지할 때 정의와 사랑의 의무는 더욱 더 잘 수행될 수 있다』(30항).
또 『갖가지 사기와 기만으로 정당한 세금이나 그밖의 사회에 대한 의무를 염치없이 기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중략) 그러므로 사회적 연대 책임을 현대인의 주요한 의무의 하나로 여기고 그것을 지키는 일이 거룩한 일임을 모든 사람이 인정하기 바란다』(30항) 고 밝히고 있다.
특히 사유재산권을 옹호하지만 무조건적이며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민족들의 발전」23항), 사유재산권에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의무가 포함된다(「지상의 평화」22항)고 교회는 가르친다. 이러한 가르침에 근거할 때 납세의무는 신자는 물론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주어진 신성한 의무이자 공동선과 사회정의에 기여하는 행위이다.
한흥순 교수(토마스·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는 이에 대해 『「체사르의 것은 체사르에게 바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조세윤리, 사회법규 준수라는 차원에서 납세는 국민들에게 부여된 매우 중요한 의무』라면서 『가진 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탈세 등 범법행위로 말미암아 결국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그 짐이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교수는 특히 소위 「관행」이라는 미명아래 갖가지 정의롭지 못한 행동들이 수용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탈세와 관련된 작금의 사태들도 사실은 그같은 관행이 뿌리깊게 박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탈세는 어떤 경우든 용납될 수 없다. 그것은 경제행위를 통제하는 규칙이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한마디로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 요소나 다름없다. 따라서 탈세행위는 엄중히 처벌받아 마땅하다.
국가 역시 조세형평성 확립을 위해서라도 원칙에 충실하고 중립적이며 모든 국민과 납세자가 수긍할 수 있는 세무행정을 집행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도 조세의 참 의미를 이해하고, 공동선과 사회정의를 앞당겨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조세, 어떤 것 있나
주체·방법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
우리 나라의 현행 조세체계는 크게 국세와 지방세로 나뉘며, 국세는 다시 직접세와 간접세로, 지방세는 보통세와 목적세로 구분된다.
직접세는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자산평가세, 부당이득세, 방위세, 인지세, 교육세 등이 포함되며 간접세는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증권거래세, 주세, 전화세, 관세 등이 포함된다.
또 지방세중 보통세는 취득세, 등록세, 주민세, 자동차세, 농지세, 도축세, 담배소비세, 경주·마권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면허세가 있으며, 목적세는 공동시설세, 도시계획세, 지역개발세, 사업소세가 있다.
우리 나라의 조세제도는 당(唐) 나라때 확립된 조(組)·용(庸)·조(調)라는 공헌 형태의조세가 고려시대 이전부터 통용되다가 1945년 11월 미군정령 제21호로 일본의 전시세제를 이어 받아 일부 세목을 개폐하고 과세범위의 축소, 세율조정 등 단편적인 개정을 통해 일제말기의 무질서한 조세체계를 정비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세제개력을 통해 현재에 이르렀다.
조세를 분류하는 방법은 소득이나 재산의 회극, 소유, 유통, 소비에 기초하는 방법과 과세 주체, 세율, 기준, 과세방법 등 여러 기준에 의해 많은 종류로 나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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