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한국교회는 정신없이 밀려오는 신자들을 맞이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20여년이 흐른 지금 세례준 신자수에 비해 엄청난 수의 냉담자와 행방불명자가 존재해 있고 95년 이향사목부 통계에 따를 때 서울대교구 전체 신자의 행방불명자가 15%에 이를 만큼 「틈새」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점점 다원화 정보화 되고 있는 사회 안에서 그만큼 심화 경향이 짙어질 우려가 있는 이같은 틈새를 공략하기 위한 교회의 발걸음도 눈여겨 볼만하다. 수적으로 비대화된 교회안에서 소외되고 파묻혀 익명화된 신자들을 직장병원 빈민지역 등을 통해 찾아 나서는 교회의 노력들을 엮어 본다.
■ 가두선교단
전국 6만명 신자 활동
『윗입술을 약간 벌리고 입술 꼬리를 위쪽으로 올려 하얀 윗니를 드러나게 한다.
발 뒤꿈치를 붙이고 윗몸을 30도 정도 숙여 5초간 인사한다. 웃음을 가득 담아 부드럽고 상냥하게 인사한다』
백화점 안내원들의 인사법 교육내용이 아니다. 「찾아나서는 교회」의 모습으로 자리를 굳힌 「한국천주교 가두선교단」단원들이 거리에서 대중을 향해 전교하는 방식이다. 올해로 창설 9년째를 맞는 가두선교단은 선교에 대한 고정관념의 전환을 일으키며 꾸준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 이제 「가두선교」라는 말은 천주교 신자들에게 더 이상 낯설거나 거부감을 주는 단어가 아니다.
가두선교단이 발행하는 안내책자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는 판형을 거듭하며 400만부 가량이 팔려나갔다. 교회 안에서 이미 「밀리언셀러」가 되어버린 이 책자는 대부분 본당과 단체에서 가두선교 및 방문선교, 예비신자 안내용 선교책자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서울대교구 90여개 본당을 비롯 전국적으로 400여개의 본당에서 6만여명에 달하는 신자가 가두선교 연수를 받고 선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국 각 본당의 「새가족찾기 운동」에는 성체조배, 묵주기도 외에 「최종」프로그램으로 가두선교를 활용해 눈에 띄는 성과를 얻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두서교단은 거리에서 안내책자를 배포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현재는 「신앙상담소」라는 이름의 파라솔과 현수막을 거리에 차려놓고 오가는 이들이 잠시 쉬어가며 편안한 마음으로 들를 수 있도록 배려해 놓고 있다.
가두선교단 이판석 지도신부는 『선교는 교세를 늘리기 위한 입교에 그치기보다 모든 이들의 의식에 잠재돼 있는 종교심을 일깨우는 것』이라며 『일반인들이 내면의 종교심을 되찾아 거리에서의 「순간」적 만남이 하느님께로 향하는 「영원」을 지향할 수 있도록 하는데 가두선교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 병원사목
가톨릭정신 실천에 매진
병원은 단순한 질병을 고치기 위한 장소라는 전통적인 개념을 넘어서서 질병의 예방을 위한 교육과 상담의 장소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회 기관의 하나로서 가톨릭계 병원이 지니는 의미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 뿐 아니라 가톨릭정신을 실천하고 자 하는 의지를 포함하는 사목의 장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병원사목은 「사랑과 실천」과 「전교」를 두 축으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사랑의 실천」은 병원이 직·간접으로 제공할 수 있는 「봉사」와 병원을 찾는 이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나눔」으로 나눠볼 수 있다.
1967년 창립돼 전국 14개 교구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20개 병원과 13개 의원 등 모두 30여개의 가톨릭의료기관이 소속돼 있는 가톨릭병원협회가 중심이 돼 펼쳐온 병원사목은 끊임없는 기도와 봉사자의 상으로 환자는 물론 그의 가족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아울러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어떤 연구도 하지 않음으로써 생명의 수호자로서의 입지도 구축해오고 있다.
특히 죽음을 맞는 이들이 하느님에 대한 새 희망과 인간다움 품위를 지니도록 돕는 「호스피스」제도, 가톨릭조혈모세포정보은행 등의 도입과 운영은 소극적 의미의 봉사를 나눔으로 확대하고 키워온 가톨릭계 병원들의 큰 몫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병원사목의 또 하나의 축인 「전교」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적 여건 속에서 빛을 발한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누구에게라도 의지하고 싶어지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하느님을 올바로 알리려는 전교는 그 어느 곳에서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오늘날 의학발전에 따른 수많은 윤리문제가 대두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점점 상실돼 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가톨릭병원의 역할은 더욱 절실해져 가고 있다. 이 가운데 학문과 기술, 그리고 윤리가 일치하는 의료를 통한 교회발전에 대한 기여라는 병원사목의 방향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정치화시켜야 할 과제가 새로운 천년을 맞는 교회와 교회병원에 주어진 소명이다. <서상덕 기자>
■ 직장사목
‘가톨릭 직업윤리’ 강조
「직장인들의 복음화」
이것은 93년 11월 서울대교구 정식기구로 발족된 평신도사목국 직장사목부(담당=정진호 신부)가 가지고 있는 화두다.
「천주교 직장인 자신이 복음화되고 직장이 복음화 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 그들을 도와주고 함께 하는 곳」이라는 기본 사목방향을 지니고 있는 직장사목부는 직장인 신자들이 직장공동체 안에서 말씀 중심의 삶을 살도록 하고 그래서 복음이 그들 삶의 중심이 되고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도록 한다는 사목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
이전에 직장별로 자체적인 모임을 만들고 인근 본당 혹은 단체의 사제를 초청 미사를 봉헌하던 직장공동체들은 이제 직장사목부 조직 아래 공식 등록, 교구의 일관된 사목 흐름에 따른 체계적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현재 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에 등록된 공동체는 공무원 정부산하기관 금융권 유통업 의료기관 등에서 150여개.
직장사목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미사 교육 피정 성지순례 소공동체방문 예비신자교리반 등을 실시하고 있다.
직장안에서의 「말씀 중심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 교구 2천년대 복음화에 발맞춰 「복음나누기」를 권장하고 있다. 평신도 중심의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복음나누기 팀은 연령별 직급별로 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이들은 1시간이라는 점심시간을 쪼개어 복음나누기를 하기도 한다. 평균 매주 혹은 한달에 두 번 이상씩 복음나누기를 하고 있다.
특히 교육 부분을 통해서는 물신주의 가치관속에 생활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직장 안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을 인지시키기 위해 「가톨릭 직업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타 교구에도 실질적 필요성과 그 성과 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인력문제 등으로 아직 구체화되고 있지 못하다고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직장사목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명동 여의도 신천동 역삼동 등을 직장사목 지정본당으로 설정했고 직장사목부의 전담 사제수도 증원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주연 기자>
■ 빈민사목-선교본당
실업자 지원 사업 추진
교회가 2천년 대희년을 앞두고 사회의 변화와 가난한 사람들의 조건변화에 대해 복음적 응답을 준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2천년대 복음화 계획에 따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빈민지역의 도시공소를 선교본당으로 발전시켜 보다 적극적인 사목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도시공소 네곳이 지난해 9월 25일 북부지역 미아1동본당(솔샘 공동체)을 시작으로, 지난 2월 18일 서부지역 무악동본당(독립문 공동체), 동부지역 금호1가동본당(샛마루 공동체), 남부지역 봉천3동본당(하늘자리 공동체)이 설립됐다.
소외된 이웃을 찾아 나서는 열린 교회를 지향하는 선교본당은 미사 봉헌을 위한 성당건물을 짓거나 토지를 구입하지 않으며, 사제관이나 신자 가정을 돌며 미사와 모임을 가진다. 선교본당에는 사무원이나 식복사 등 사무보조원 없이 사제가 스스로 청빈한 삶 속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선교본당은 일반본당처럼 관할구역을 지정 지구에 편입시키되, 세입자들이 저구하는 가이주단지 지역과 공공임대아파트 지역을 관할하며 빈민지역 주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고자 한다. 선교본당은 빈민지역 실업자 지원을 위해 여자 수도회 장상연합회와 서울대교구내 해당 지구의 연대를 통해 「평화의 집」을 설립, 지역의 사정과 주민들의 자조적인 역량에 따라 다양한 실업자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화의 집은 선교본당이 설립취지응 구현하기 위한 대 지역사회 창구로서 지역단위의 실업자 사업단을 조직 인적·물적지원 뿐 아니라 취업정보 제공, 실직 가정 생활 상담, 올바른 실업정책 만들기 활동 등을 펼쳐 교회 내외 지원을 위한 연대망을 구성하고자 한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지향하고 있는 빈민사목은 선교본당의 설립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선교본당은 대희년을 향한 활성화 방안으로 복음적 가난을 사는 교회가 되고록 모범을 보이고 홍보를 통해 참여의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오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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