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은 이미 다 주님 것입니다. 또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해 주신 주님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부산교구 아미본당 복지분과의 도움으로 찾은 안정관(도미니코·55)씨는 커다란 눈망울에 순수한 첫인상을 보였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필담으로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후두암 수술로 성대를 절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안정관씨는 한때 평범하고 성실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안씨는 혼자 객지를 떠돌아다니며 고통스런 나날이 지속됐다. 너무나 힘겨워 35일간 식사를 끊어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을 겪기도 했다. 방황 끝에 지금 거처하고 있는 동생 집을 찾았지만, 이미 건강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아미본당 복지분과 차장 김철(즈가리야)씨를 알게된 안씨는 병원을 찾았지만 큰 병원에 가야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다.
김철씨는 “허름한 차림의 안씨를 보고 옷과 일용품 등을 전했지만 갈수록 건강이 악화돼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아미본당과의 인연으로 안정관씨는 교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그 무렵 희망근로사업에 일하며 다시금 일어나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열심히 교리를 받는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매일 성당에 나와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분명히 무슨 사연이 있겠거니 생각이 들었어요.”
본당 수녀의 말처럼 안씨에게 신앙은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희망을 꿈꾸기 시작한 무렵,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후두암과 폐종양 판정이었다.
그래도 안정관씨는 포기하지 않고 세례를 받았고 희망근로를 다니며 치료를 시작했다. 갖은 노력을 해왔지만, 올해 3월엔 후두암 수술로 성대까지 제거해야 했다. 그나마 희망근로로 푼푼이 모은 돈과 부산교구 사회사목국 지원금으로 후두암 수술까진 겨우 마쳤다. 그러나 폐종양은 손조차 댈 수 없는 형편이다. 검사부터 시작해 수술도 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하루하루 약값을 대는 것도 기적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미본당 양귀업(글로리아) 복지분과장은 “본당도 사정이 어려워 복지분과에서 매달 조금씩 생필품을 지원하는 수준”이라며 “수술은 고사하고 검사부터 받아야 하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목소리를 잃고 필담으로 대화할 수밖에 없었던 안정관씨는 “성당에서 봉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며 “제게 사랑을 베푸신 분들을 기억하며 봉사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고 말한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묵주를 움켜잡은 그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은인들의 힘과 기도 그리고 믿음이다.
※도움 주실 분 702-04-107881 우리은행, 703-01-360446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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