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 명과 암, 너와 나….’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경계를 지으며 살아간다. 또 나눠진 경계 안에서 나와 다른 한쪽은 ‘틀리다’고 말한다.
평범한 20대 미술학도 고유미(엘리사벳·광북본당)씨는 미술을 통해 경계의 틀 안에 꽃을 피워냈다. 그녀의 꽃은 경계를 무너뜨리고 한쪽과 다른 한쪽을 잇는 연결고리가 됐다.
고씨와 그녀의 친구 심혜진씨는 9~21일 인천광역시 동구 스페이스빔에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피어난다’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심씨의 공모전에 고씨가 힘을 보태면서 시작한 전시회였다.
전시회에는 각각 배려, 낭만, 그림의 꽃이라는 세부 주제가 더해져 경계 속에 핀 일상이자 희망의 꽃을 표현했다.
“우리는 성별도 나이도 성격도 다른 모든 경계입니다. 서로 다른 우리지만 서로 소통을 이룬다면 우리 사이에 이미 봉오리 진 꽃을 발견하고 아름답게 피워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경계인 사람 사이에 피어나는 꽃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배려의 꽃을 주제로 한 작품들에는 우산이 사용됐다. 우산도 없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는 날 선뜻 우산을 내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난 상황, 우산 수선 할아버지 등을 통해 느낀 점 등이 각각 작품 속에 녹아들었다.
낭만의 꽃은 어느 날 길거리에서 본 분홍 소파 하나가 동네 주민들의 소통의 장이자 휴식처, 놀이터, 사랑방이 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우산 수선 할아버지에게 받은 자투리 우산 천으로 꽃을 만들어 그 소파 위에 달았다.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이들도 꽃 장식을 취향에 따라 옮기기도 하고, 뜯어내는 등 직접 참여했다. 또 하나의 소통이 장이 된 셈이다.
실제로도 고씨는 경계의 틈 속에 누구보다 탐스럽고 단단한 꽃을 피워냈다. 그녀에게는 이번 전시회가 경계를 허물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
고씨는 어린 시절 안암(眼癌)을 앓았다. 힘겹게 투병생활을 해냈지만 현재 오른쪽 시력이 전혀 없고, 어렸을 때 치료 이후 오른쪽 눈 주위 얼굴뼈가 자라지 않아 오른쪽 눈이 조금 함몰돼 있는 상태다.
몇몇 이들은 이러한 그녀를 다른 시선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더 활기차다.
“어떻게 극복했냐고 물으신다면 극복한 것이 아니기에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어요. 전 제 자신을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런 질문을 주실 때 그 사실을 느끼게 돼요.”
신앙은 가장 큰 의지처다. 고씨는 “예전에 성경공부를 했었는데 딱딱한 가르침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며 “나 자신이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또 다른 꽃봉오리를 터뜨렸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직접 부딪쳐가며(인터뷰) 정보를 얻어야 했고, 표현의 차이로 심씨와 갈등을 겪는 등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
“작품을 이렇게 만들었지만, 막상 내 자신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젠 진짜 내 삶 안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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