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난포리 156-1.
도심을 벗어나 굽이진 길을 따르다 보니 어느새 사방이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다.
‘마산가톨릭교육관’임을 가리키는 입구를 지나고 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니, 탁 트인 바다와 함께 교육관이 그 수려한 자태를 드러냈다.
‘띠링 띠링~’
맞춰놓은 알람소리와 함께 눈이 번쩍 뜨였다.
5시30분.
창문을 열어젖히니 청량한 공기와 상큼한 바다 냄새가 정신을 깨운다.
아직 어둠에 싸여있는 바다 저편으로 옹기종기 모인 섬들.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하얀 수증기들이 섬과 바다의 경계를 지워놓았다.
간단한 세면을 마치고 숙소동을 나선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잔디의 푹신한 감촉을 느끼며 발이 닿은 곳에는 커다란 아치형 동굴에 성모님이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숙연해진 마음에 짧은 기도를 바치고 눈을 뜨니 바닥 문양이 심상치 않다.
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농구장 5개 넓이만큼 큰 성모광장의 바닥에는 화강암을 사용한 원형 십자가와 월계수 모양의 보도가 이어진다.
‘월계수는 평화와 승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속죄의 상징이라지.’
한걸음씩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모광장을 돌아 성모동굴 위쪽 산 정상에 올랐다.
봉화대를 형상화해 지은 하얀 기념경당이 수평선에서 쏘아 올리는 여명의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장엄한 광경이 또 있을까.
형용할 수 없이 벅차오르는 가슴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그만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마산가톨릭교육관은 침묵과 자연의 소리, 압도되는 장엄한 풍광으로 나를 돌아보게 하고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는 은총의 공간이다.
이제 곧 미사가 봉헌될 시간이다. 마음을 추스르고 참례하는 미사는 그 어느 때보다 나를 풍요롭게 만드는 듯하다.
미사 후 식사시간은 나를 또 다른 즐거움으로 이끌었다. 엄선된 재료로 깔끔하게 준비된 아침 식사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교육관이 자리한 봉화산 등산에 나섰다.
이미 교육관의 위치가 정상에 가까운 곳이기에 하산을 먼저 시작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바다까지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다시금 돌아오기까지 1시간 30분이 걸렸다. 다음번에는 바닷가를 둘러서 산 아래 입구로 오르는 다른 코스도 시도해 보고 싶다.
샤워를 마치고 유쾌한 기분으로 교육동을 둘러보았다. 대성전, 대강당, 소강당, 회의실 등 국제회의 개최에도 손색이 없는 첨단 시설과 곳곳에 아름다운 미술작품도 눈에 띄었다.
한일주교회의와 각 교구 사제연수, 일반 기업연수까지 앞다퉈 마산교육관에서 열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교육관의 관계자로부터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전례주년에 따른 피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마산교구장 주례로 미사가 봉헌되는 송구영신 피정, 대림피정과 사순피정 등이 전국 신자들의 신청을 받아 이뤄진다고 한다.
인근에는 저도 연륙교, 당항포 해전유적지, 공룡엑스포 등의 관광지와 원전 낚시터가 있고 싱싱한 회와 생굴, 장어구이가 일품이라고 하니 다시 한 번 가족들과 함께 찾고 싶은 마음이다.
마산가톨릭교육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빼어난 경치와 고요한 침묵 속에서 나를 채우는 영혼의 쉼터가 되었다.
※문의 055-221-1891~2 마산가톨릭교육관
■ 2010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수상
마산가톨릭교육관(관장 송재훈 신부)은 20일 대한건축사협회가 주관하는 2010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맞물려 인위적인 느낌을 주지 않고 융화되는 건축물로 우수상을 수상한 마산가톨릭교육관은 창원, 부산, 거제, 통영, 고성 등 뛰어난 접근성과 편리한 시설로 피정, 교육, 연수 등 다방면에 활용되고 있다.
교육관의 설계를 맡았던 동이건축 대표이자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인 손기찬씨는 “마산가톨릭교육관은 장소로부터 단절된 건축이 아닌 지형과 부지에 조응하는 공간 배치를 이루고 있다”며 “단체생활을 위한 장 그리고 조용히 기도하고 관상하기 위한 종교적 장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추구하는 데서 설계가 이뤄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