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 넘는 시간, 가톨릭교회는 예수 시대로부터 이어오는 참으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역사가 길다보니 그동안 풍파와 고난이 왜 없었겠는가.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수많은 이단이 등장했고, 심지어는 교회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하느님은 가톨릭교회를 사랑하시고 섭리하셨다. 세파에 흔들릴 때마다 위대한 성인을 보내 주시어 교회를 보호하셨다. 마르틴 루터가 교회 내에서의 개혁을 외면하고 교회 밖으로 뛰쳐나갔고 이로 인해 종교 분열이 극에 달했을 때, 교회엔 하느님이 보내신 희망의 등불이 있었다.
바로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ST. Ignatius de Loyola, 축일 7.31)가 그분이다. 이냐시오는 1491년 바스크 지방에서 유명한 로욜라라는 고성(古城)에서 영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부모님은 모두 신심이 두터운 분이었다. 그러나 이냐시오를 수도자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냐시오 본인 역시 어려서부터의 꿈이 용감한 기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청년기의 그는 신앙보다 명예와 쾌락을 더 원했다. 그러나 오묘한 하느님의 섭리는 이 세속의 아들을 위대한 성인으로 만드셨고, 또한 진리를 수호하는 수도원의 창립자가 되게 했다.
스페인과 프랑스간에 전쟁이 벌어졌을 때였다. 혈기 왕성한 기사 이냐시오는 전쟁에 참여했고, 큰 부상을 입는다.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회심이 일어나게 된다. 치료 중 그는 심심풀이로 여러 책을 뒤적거리다가 성인전과 샤르트르(카르투시오) 수도자 루돌프가 저술한 ‘그리스도의 생애’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이다.
당시 그는 종교 서적에는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수술 후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할 수 없이 조금씩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읽을수록 책에 푹 빠져 정신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영생에 대해 묵상했다. 현세의 허무함을 깨닫게 됐다.
이냐시오는 이후 몸이 회복된 후, 유명한 몬세랏 산에 있는 베네딕토 수도원을 순례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기적이 일어났다는 성모 마리아 상본 앞에 무릎을 꿇고 하루 밤을 기도로 지샜다. 여기서 큰 초월적 변화 형성적 삶의 전환이 일어난다. 이튿날 아침이었다. 그는 자신의 갑옷을 성당에 바쳤다. 화려한 기사 복장은 걸인에게 자선했다. 그 대신 자신은 고행의 복장을 하고 가까운 어떤 동굴 안에서 살았다.
그후 10개월 동안 고독한 가운데 오로지 기도와 극기의 생활을 이어갔다. 이와 같은 명상 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영신수련」이다.
전에는 현세의 명예와 환락만을 추구하던 그가 10개월간의 수양을 하는 동안 성령의 은혜로 완전히 회개의 삶으로 돌아선 것이다. 동시에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특별한 사명을 확실히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국가를 보호하는 기사로서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그리스도의 병사로서 진리를 위한 영적인 싸움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냐시오는 그 첫 단계로 주님께서 수난하신 성지 예루살렘을 순례하려고 했지만 당시 이슬람 제국의 확장으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냐시오의 당시 나이는 33세였다. 그런데 이 시점에 이냐시오는 자신의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사제가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조소를 받아가며 늦은 나이에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대학에까지 진학해 사제 수업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단자로 취급되기도 하는 등 많은 고난을 겪는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나는 예수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결박되기를 원합니다. 이만한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하고 말했다.
그러한 그의 희생과 인내는 뜻밖의 결실로 이어진다. 성 베드로 파브로와 훗날 동양의 대 사도가 된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가 그의 제자가 된 것이다. 1529년의 일이다. 이냐시오는 이 두 명을 포함해 다른 제자 7명과 함께 묵상의 생활을 했으며 1534년 성모 승천축일을 기해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성당에서 서원을 했다.
“자선과 청빈의 생활을 하겠습니다. 예루살렘 성지로 반드시 순례하겠습니다. 만약 순례가 불가능하다면 교황의 사도직에 봉사하고 헌신할 것을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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