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부님과 지구총회장 몇 분과 함께 문경에 있는 여우목성지를 다녀왔다. 비가오는 날이었는데, 비를 맞으며 성지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께서는 인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3번이나 무참히 넘어졌지만, 넘어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서곤 하셨는데,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이 조그만 십자를 지고도 무겁다, 힘들다고 불평하거나 또 시간이 없다며 투덜대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도 자신보다 예루살렘 여인들을 위로하시던 그분의 사랑을 생각하니 갑자기 빰에 부딪치는 빗물과 내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섞이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자신을 되돌아 보았다. 본당에서 봉사한다고 자처하면서도 주기보다는 받으려는 마음이 더 강하지는 않았는지? 체면만 세우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상대방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나를 방어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봉사’라고 떠들기만 했지, 과연 소외된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정말 필요한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무척이나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시간을 내어 본당 안에서 말없이, 주어진 일에 묵묵히 봉사하시는 분들을 뵐 때면 얼마나 존경스럽고 감사한지 우린 그런 분들의 신앙생활을 본받아야한다.
자기 자신을 먼저 내세우는 ‘봉사’는 참다운 봉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봉사자들은 자신을 감추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고 있다. 이런 분들이 바로 하느님 마음에 드는 자녀가 아니겠는가? 나도 그렇게 해야 하는데….
언젠가 총회장직을 마치고 나서 지역장, 구역장도 아닌 반장직을 자처하여 봉사하고 계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봉사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틀림이 없다. ‘끊임없이 낮은데로 임해야 하는 마음’, 바로 이 마음이 예수님 마음이 아니겠는가!
요즈음은 모두 장수한다고들 하지만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년, 근력이 좋아야 팔십년 이라는데…. 오늘 아침 내가 잠에서 깨어 일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삶의 부활이라 생각한다면 오늘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누군가에게 도움과 기쁨을 주는 그런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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