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토(약 480~547)는 흔히 분도회라 불리는 베네딕토 수도회의 창시자이다. 성 베네딕토의 생애가 오늘날 잘 알려질 수 있게 된 것은 교황 그레고리오 1세(590~604) 덕분이다. 그는 593년경 ‘이탈리아 교부들의 생활과 기적에 관한 대화집’이라는 책의 제2권에서 베네딕토 성인의 생애를 소상히 소개했다.
그레고리오 1세 교황이 이 책을 쓸 무렵에는 베네딕토 성인의 제자들이 생존해 있었으므로 교황은 그들로부터 성인의 생애를 자세히 전해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구체적으로 전기를 집필할 수 있었다.
성 베네딕토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수도원장으로 있으면서 수도생활에 필요한 사항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베네딕토 규칙서를 만든 것이다. 그의 규칙서는 이전에 존재했던 규칙들을 참고하는 한편, 본인이 직접 경험한 수도원 생활을 정리한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수도원이란 수감소가 아니었고, 출세를 위한 학교도 아니었으며, 단지 하느님을 찾는 이들의 가정이었다. 수도원에서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주님의 일터(divino ufficio)를 찬미하는 것이었고 나머지는 기도, 독서, 개인학습, 노동으로 이루어졌으며, 규칙의 핵심은 가난, 청빈, 복종, 전례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로 이루어져 있다.
초기에는 베네딕토 수도회 규칙이 수도자들이 따르기를 원하던 여러 규칙 중의 하나였으나 샤를마뉴 대제(740년 경~814년)가 수도원 개혁을 단행하면서 베네딕토회 규칙을 정식으로 채택한 이후 그의 규칙서는 유럽의 많은 수도원에서 채택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생애
성 베네딕토는 이탈리아의 누르시아에서 출생하여 일찍이 공부를 하기 위해 로마로 유학을 왔다. 그러나 로마에서의 세속적 삶에 실망하여 에시데로 은둔생활을 떠났으며 이때 그를 아꼈던 유모도 동행했다고 한다. 이 무렵 베네딕토가 행한 첫 번째 기적이 전해진다. 그 내용은 유모가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체질하여 식탁에 올려놓았는데 체가 떨어져서 두 동강이 났다. 절망한 유모가 우는 것을 보고 베네딕토는 조각들을 모아놓고 기도를 올렸고, 기도를 마치고 일어났을 때 체가 완벽하게 수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베네딕토가 어려서 행한 이 기적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곳은 작지만 아름다운 집이다. 아이가 기도를 올리자 두 동강이 났던 체가 원상태로 복구되었고, 유모는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두 사람은 집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고, 왼쪽 옆에는 작은 침대의 일부가 보이는 침실이 있으며, 오른쪽은 현관으로 보이는 집의 입구가 보인다. 2층은 전형적인 14세기 고딕식 건축 모티프로 장식된 창들이 보이며, 그 너머에는 집 내부가 다소 복잡하게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얼핏 보기에는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집의 구조가 대단히 복잡해 보일 뿐만 아니라 집과 그 안에 있는 사람의 비례가 잘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서 있는 유모는 천장에 닿을 정도이고 홀 안에는 두 명만 있을 뿐이지만 공간이 꽉 차있을 정도로 비좁아 보인다. 건축물과 인체의 비례가 수학적 원근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눈대중에 의해 어림짐작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원근법이 발명되기 5년 전쯤에 그려진 것으로 원근법이 없었던 시절에는 이처럼 공간에 대한 개념이 대단히 추상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동화적 순수함이 느껴지는, 이른바 프리미티브 회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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