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서울시 장애청소년 연극축전」행사장인 정동 세실극장. 무대에 선 장애인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하지만 때로 수줍어하는 기색이 역력해 목소리가 잦아들기도 하고 대사를 잊어버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뒤에서 선생님이 소곤소곤 대사를 읊어준다.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
평상시 그들에게 느껴지던, 왠지 움츠려 들고 사람 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들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엄연한 배우로 무대 위에서 활짝 피어오르고 있었다.
9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장애청소년 연극축전」. 한국청소년 공연예술진흥회와 국민일보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장애청소년들이 연극에 직접 출연함으로써 문화향유의 기회와 사회성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마련되고 있다.
남들에게 장애를 가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장애를 뚫고 나가는 첫걸음이 되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올해 행사에 참가한 14개 단체 중 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박정숙 수녀), 기쁜우리복지관(관장=윤상인), 애화학교(교장=송제옥 수녀), 맑음터(원장=권원란) 등 5개 단체.
96년부터 3년째 이 축제에 출연하고 있는 「맑음터」는 10월 13일 4시, 6시 두 차례에 걸쳐 전통극 「옹고집전」을 공연했다. 이 연극이 더욱 돋보였던 점은 맑음터 가족 20명 전원이 연극에 출연했다는 것.
이들 모두는 지난 6월부터 연습을 시작, 9월부터는 매일 맹연습을 실시하는 등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작년부터 맑음터에서 연극을 지도해온 김태수(요한, 극단 완자무늬 대표)씨는 『연극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라면서 『무대 위에 서는 것을 겁내고 대사 외기를 부담스러워하던 아이들이,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자신감을 갖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흐뭇해했다.
옹고집의 아들인 두칠이 역을 맡아 인기를 끌었던 장애인 장호원(조안나)씨 역시 『연극이 너무 재미있다』며 『다음에도 또 하고 싶다』고 밝혔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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