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도를 하면서 너무 많은 분심이 들어서 기도를 하는 건지 잡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마음을 굳게 다지고 기도에 전념하려고 해도 도저히 기도에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잡념없이 기도를 바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답】우리 교리에 의하면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입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나눌 상대방과 얼마나 친밀한 사이인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일 상대방과 허물없이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면 대화는 아무런 비밀이 없이 마음 속 깊이 묻어 두었던 것까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더구나 확실한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겉으로 들어난 것만 형식적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또 대화의 격의 없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간에 격차가 없어야 하고 더 나아가 서로를 존중해 주는 마음이 었어야 합니다. 만일 상대방이 외면적으로 볼 때 나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고, 더 많이 배웠고,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자기자신을 낮추게 된다면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고, 자기 스스로도 감히 상대방에게 무슨 말을 한다는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조언이나 가르침을 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하느님과 대화를 한다고 할 경우 하느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시기 때문에 그분께 도움을 청하는 것 외에 무슨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말문이 트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께서 기도에 전념하려고 해도 도저히 기도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이 말씀도 기도를 대화라고 할 때 우선 대화의 상대, 즉 하느님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무슨 대화를 어떻게 해야할지 준비가 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도는 그냥 일방적으로 우리 이야기만을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살아 계신 주님을 믿는 믿음을 가지고 그분과 대화를 하는 것이므로 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주님의 현존을 느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청하시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현존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날의 복음을 읽거나 예수님의 행적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면서 그분께 대화를 청하도록 초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루가 24,13~35 특히 29절 참조). 아울러 언제나 협조자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성령께 도움을 청하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성령께서도 연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모르는 우리를 대신해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이 탄식하시며 하느님께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26) 이러한 준비를 통해서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하므로 기도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기도를 위한 장소나 기도하는 자세가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도 방법은 대체로 묵상기도나 관상기도와 같이 기도에 깊이 전념하고자 할 때 사용합니다. 만일 청원 기도 등을 바치기 위해 기도문을 외우게 될 경우에는 기도를 하는 장소나 자세 등에 대래서 보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하느님의 현존을 느기고 성령께 도움을 청하는 준비 작업을 빠뜨리지 않도록 하시는 것이 기도 중에 분심 잡념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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