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이 감옥에 있을 때에 파라오왕의 두 시종이 감옥에 들어오게 되었다. 어느날 이들이 꿈을 꾸고는 근심하고 있는 것을 요셉이 꿈풀이를 해주었는데 그 해몽대로 한사람은 복직이 되고 한 사람은 처형을 당하였다.
어느날 파라오왕도 꿈을 꾸었다. 왕은 에집트의 모든 마술사와 현자들을 다 불러들였으나 꿈을 풀지 못하였다. 그제서야 복직되었던 시종장이 아직 감옥에 있는 요셉을 기억하고는 파라오에게 요셉을 소개하였다. 살이 찌고 잘 생긴 암소 일곱마리와 여위고 볼품없는 소 일곱마리, 토실토실 잘 여문 이삭 일곱개와 마른 이삭 일곱개, 그 두개의 꿈은 결국 같은 내용으로서 7년동안 대풍이 들겠고 곧 뒤이어 흉년이 7년동안 계속될 것이니 슬기로운 관리자를 세워 다스리게 할 것과 그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안을 하니 파라오는 요셉에게 부탁을 하였다.
『하느님께서 너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셨으니 너만큼 슬기롭고 지혜로운 자가 어디 있겠느냐. 그러니 나의 온 왕궁을 네 수하에 두겠다』(41,39~40)
요셉은 하루아침에 재상이 되었다. 과연 풍년이 계속되는 동안 도시마다 식량 저장창고를 짓고 많은 식량을 잘 갈무리하였다. 요셉은 아세낫과 결혼하여 므나쎄와 에브라임 두 아들을 얻었다. 또 다시 7년동안 흉년이 계속될 때 그야말로 요셉의 뛰어난 관리능력이 더욱 빛났을 것이다. 『그 기근은 온 세계를 휩쓸고 있었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곡식을 사려고 에집트로 가서 요셉에게 몰려 들었다』(41, 57)
형들이 요셉 앞에 와서 먼저 절을 하자 요셉은 형들을 알아보았으나 간첩으로 몰아세우면서 거칠게 대한다. 사흘동안 감옥에 가두었다가 풀어주면서 집에 두고 온 막내 동생을 데려올 것을 명한다. 형들은 영문을 알 수 없으나 에집트의 지존한 어른이 시키는 일이라 그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셉을 잃은 야곱이 베냐민 마저 잃게 될까봐 몹시 슬퍼하자 형들 특히 으르벤과 유다는 자기들이 목숨을 걸고 베냐민을 보호할 것을 다짐하고 베냐민을 요셉에게 데려온다.
요셉은 잔칫상을 마련하고 형들을 환대하는데 아직 형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요셉은 부드러운 태도로 야곱의 안부도 묻고 베냐민에게 각별한 친절을 베푼다. 동복 동생을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과 어머니 없이 자란 동생에 대한 연민이 솟구쳐 자기 방으로 물러가 한참을 울고 나온다.
이쯤해서 요셉이 자기 정체를 드러낼 법도 한데 이야기는 다시 한번 반전되어 형들을 당황케 한다. 돌아가는 형들의 곡식자루에 양식값을 다시 넣고 베냐민의 자루에는 은술잔을 집어넣고서 또 한번 시험을 한다. 뜻밖에도 베냐민의 자루에서 술잔이 나오게 되니 형들은 너무나 기가 막혀 옷을 찢으며 다시 에집트로 돌아왔다. 요셉은 베냐민을 종으로 남기고 가른 형제들은 돌아가라고 한다. 이때 유다가 나서서 공손한 태도로 말을 한다. 유다의 책임있는 태도와 희생심, 늙으신 아버지를 염려하는 효심을 보면서 요셉은 형들의 진심을 확인한다.
옛날에 자기에게 했던 것처럼 베냐민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공동 연대책임을 지고자 하는 우애를 발견하고는 요셉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44, 32~34 참조).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나를 에집트로 팔아넘겼지요. 그러나 이제는 마음으로 괴로워할 것도 없고 얼굴을 붉힐 것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목숨을 살리시려고 나를 형님들 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45,4~5).
형들이 어찌 원망스럽지 않을까 마는 한마디 야속한 표현없이 그것이 하느님의 섭리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고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 잘 되지 않았느냐고, 하느님의 구원계획의 역사로 볼줄 아는 드높은 신앙이 놀라울 뿐이다.
문득 성덕 바우만군이 떠오른다. 그가 생모를 원망하지 않고 생모의 처지를 이해하려 애쓰던 성숙하고 사려깊은 모습이 감동적으로 기억되고 있다.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입양아들이 각각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후 자기의 역사를 이렇게 요셉처럼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일까.
야곱 집안이 다 에집트로 이주해오고 죽은줄 알았던 요셉을 만나본 야곱은 평안히 눈을 감는다. 형들에게 팔려가서 온갖 고초를 겪고 영화에 오른 뒤에 형들을 만나 관대히 용서하고 은덕을 베푸는 요셉의 생애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비슷하다. 이사악이 제물이신 그리스도의 예형이었던 것처럼 요셉도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예형이다.
이렇게 대 장편 드라마 창세기 전편이 끝난다. 우리 인생 여정에서 만나는 온갖 고초와 억울한 우명 앞에서도 요셉과 같은 신앙과 항상 함께 해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하자. 그동안 함께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동안 집필해주신 박문희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송향숙 수녀님(생활성서사 사장) 의 성서말씀나누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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