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원시교회와 사도들의 활동
1) 마지막 명령
승천하기 직전에 예수님이 제자드에게 하신 마지막 명령은 기쁜 소식의 전파였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복음 전파야말로 제자들이 우선적으로 할 일이었다. 성령을 충만히 받아 천상적 힘과 용기와 지혜를 담뿍 받은 제자들은 땅 극변까기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만 했다. 우선 그들은 성령을 받은 그 날 오순절 축제를 지내기 위하여 모인 군중들에게 용감하게 설교하였다(사도 2장). 그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확신했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그분의 부활은 죄와 죽음의 승리이며 악의 세력에서 해방되는 것으로 인정하여 이를 열심히 증언하였다.
2) 성령의 역할
예수님의 지상 생애 중 성령과의 관계는 실로 오묘하다. 몇 군데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성령의 능력으로 예수님은 마리아에게 잉태되셨다(루가 1,26-38). 엘리사벳은 성령을 가득히 받아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로 알아보았고(루가 1,42) 아직 어미의 태중에 있던 세례자 요한도 기뻐 뛰놀았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으셨는데, 그 때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강림하셨고 그분의 인도로 광야에 가서 사십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활동 중에 예수님은 어느날 성령을 받아 기쁨에 넘쳐 『하늘과 땅의 아버지…』라고 기도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의 사정을 잘 아신 그분은 이승에서 그들과 헤어지기 직전에 그들에게 성령을 약속하셨다.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 … 너희는 위에서 오는 능력을 받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루가 24,48-49). 『위에서 오는 그 능력』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성령이시다. 그분은 능력(dynamis)이시다. 다이나마이트의 위력을 아는 사람은 너무도 잘 안다. 능력의 성령께서는 약한 제자들을 강하게 만드셨다.
지상의 메시아관으로 곽 차있던 그들은 자기들의 스승이 십자가의 죽음으로 사라지자 모두 도망치고 말았다. 절망하고 번민하여 엠마오로 걸어가는 두 제자의 모습을 보라(루가 24,13-14). 스승의 승천 직전에도 지상 왕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제자들은 『바로 지금 이스라엘 왕국을 재건하시겠습니까?』라고 물을 정도였다. 『너희는 성령으로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스승의 충고를 조용히 받아들인 그들은 묵고 있던 이층 방에 모여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에만 힘썼다』(사도 1,14). 과연 약속된 성령께서는 오순절에 강림하셨다.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오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 위에 내렸다. 그들의 마음은 성령으로 가득 차서 성령이 시키시는 대로 여러 가지 외국어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사도 2,2-3). 그들은 용감해졌다. 베드로를 위시한 제자들은 밖으로 뛰쳐나가 열심히 외치기 시작하였다. 이제 그들의 스승은 지상에 계시지 않았다. 그들의 지도자는 성령, 그분의 힘으로 제자들은 열심히 스승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다. 베드로의 모습을 보라. 얼마나 용감해졌는가? 원래 어부였던 그는 무식하였다. 용감한 척 했으나 하녀의 질문에도 스승을 간단히 배반할 정도로 약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그렇게도 용감하게 대중 앞에서 부활하신 스승을 증언하다니…. 그것은 부활하신 그분을 목격한 체험과 성령의 은혜를 담뿍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영(spritus, pneuma, ruah)은 정상적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용을 일으키거나 인간의 삶에 활력을 주어 인간으로 하여금 생동감(生動感)있게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임을 알 수 있다.
성서에서 드러난 성령은 하느님의 영, 얼 곧 생명의 근원이요 생기를 주는 숨이나 물 또는 타오르는 불과 같다. 성령은 천지가 혼돈 중에 있을 때 그 위에 감돌던 기운이며(창세 1,2) 삼라만상이 꼴을 갖추어 질서있고 조화롭게 운행되도록 이끄시는 힘이다. 인간의 창조설화에서도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내어 코에 숨을 불어넣으시니 생기가 돋아 정상적인 사람이 되었다(창세 2,7).
야훼의 기운은 예언자 에제키엘을 들로 끌고 나가 메마른 뼈들이 부활하는 환시를 보여주셨다. 말라빠진 뼈들도 야훼의 기운을 받으면 살아난다는 그 환시는 이스라엘의 구원을 예건한 것이지만 그 숨은 곧 인간 생명의 근원임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창조 설화에 등장하는 표현처럼 코에 숨을 불어넣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예언자 다니엘은 영의 인도를 받아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여인 수산나를 구출하였다. 이 때의 영은 선과 악을 식별하여 하느님의 공의하심을 적절히 드러내었다.
예수님은 당신을 믿는 사람들이 받을 성령에 대하여, 『나를 믿는 이는 (마시시오). 성경이 말한대로 생수의 강이 그이 속에서 흐를 것입니다』(요한 7,38)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분은 성령, 곧 위로자 빠라끌리또(Paraclitus)를 보내겠다고 약속하셨고(요한 14,16-17) 승천 직전에는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위로부터 오는 능력을 받을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사도 1,8). 제자들은 위로부터 내려오는 성령의 능력을 받아 구원의 신비를 깨닫게 될 것이며 스승의 뜻을 받들어 제자다운 삶을 성실히 살아가고 자기들에게 맡겨진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성령을 받은 그들은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놀랍고도 역동적인 능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능력이 그들을 그렇게 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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