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여자의 허물 벗기」「사랑의 독은 왜 달콤할까」등의 에세이집 출간과 방송출연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리드비나)씨. 그가 첫 장편소설 「우리가 사랑한 남자」(해냄)를 내놓았다.
이나미씨는 92년 문학사상사에 단편 「물의 혼」으로 등단한 작가. 여러 에세이집에서 보여준 그의 글솜씨가 단순한 「솜씨」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 「우리가 사랑한 남자」는 IMF 시대를 힘겹게 보내고 있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정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 가장으로서의 압박감을 느끼던 50대 주인공 석우는 실직으로 노숙자가 되고 결국에는 부인에게 이혼을 요구당한다. 실직자 정현은 결손가정에서 자라 가족에 대한 시선이 뒤틀어져 있는 또다른 인물이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부인과 자녀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좌절하고 외로워하는 남자들의 심리를 그려보고자 했어요. 가장 가깝기 때문에 더 깊은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이 가족이긴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인간은 성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는 이들이 가족간에 맺힌 앙금과 오해를 풀고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길 바랄 뿐이에요』
이씨는 또한 『많은 여자들이 남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투사해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사랑하려 한다』고 지적한 뒤 『남성과 여성이 서로 피해자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자신과 같은 감정을 가진 한 인간으로 상대를 대할 때 진정하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다.
이씨가 월간 생활성서에 3년째 연재중인 「이나미의 성서인물 산책」또한 조만간 책으로 엮어진 예정. 이씨는 성서의 인물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이 작업이 『신학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으며 더 이상 성서를 옛날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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