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성
베네딕도 영성의 주요한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공동체적 관상 생활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하느님을 찾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기도, 하느님과 함께 하는 독서(lectio divina) 그리고 노동을 제시한다. 셋째로 그는 수도 생활에 투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순명, 정주(定住) 그리고 생활의 전향이라는 세 가지 서원을 요구한다. 여기서 우선 앞의 두가지 특징을 살펴본다.
3-1. 공동체적 생활
베네딕도는 수도자를 네 가지 유형으로 열거한다(규칙 1장 참조). 하나는 수도원 규칙에 따르지 않고 자기 뜻대로 사는 개인주의적 수도자, 한 수도원에 정착하지 아니하고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니는 방랑 수도자, 공동체의 규칙과 아빠스 아래서 사는 공주(共住) 수도자, 그리고 은수자이다.
베네딕도는 앞에 언급한 두 부류의 수도자들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비난한다. 한편 은수자는 수도원에서 오랫동안 훈련을 받아 다른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살며, 하느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악습을 극복하기에 충분한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그러한 부르심을 받은 수도자는 별로 많지 않다고 여기고, 오히려 공동체 안에서 정신적 지지, 영적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그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을 그 대상으로 국한시켜 규칙서를 쓴다. 다른 수도자들과 구별되는 공주 수도자의 모습은 공동생활이다. 베네딕도는 공동생활이라는 용어 대신에 흔히 「같이 있다」, 「함께 한다」는 말로 표현하며, 그러한 공동체성은 영적으로 풍요로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베네딕도는 수도원을 「주님 섬기기를 배우는 학교」라고 표현하며 수도자들은 이곳에서 하느님 섬기기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가르친다. 수도자는 악습을 제거하고 여러가지 덕을 닦으며 마음의 순결을 지속적으로 보존하는 데 있어 그의 나약함 때문에 필요로 하는 도움과 보호 그리고 적절한 여건과 기회를 공동 생활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수도자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도움을 공동체 안에서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계명의 길」을 빨리 달려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3-2. 베네딕도 공동체의 생활 양식
「Ora et Labora」(기도하며 일하라)라는 베네딕도회의 금언은 베네딕도 성인의 유일한 저서인 [수도승의 규칙](Regula monachorum)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지 않다. 그것은 그분의 가르침과 모범에 근거를 두고 뒷날 제자들이 요약한 생활 지표이다.
베네딕도는 수도자의 하루를 성모일도, 독서, 육체노동, 세 부분으로 조화있게 나누어 균형있는 생활을 하도록 시간을 규정했다.
3-2-1. 기도
베네딕도는 기도가 하느님의 일이고 수도자들이 가장 중요시해야 할 근본적인 것임을 강조하면서 『자주 기도에 열중하라』(규칙 4장 56절)고 가르친다.
수도자들의 기도는 성무일도뿐 아니라 개인 기도 그리고 묵상 형식의 독서(lectio dicina)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그는 공동체가 함께 바치는 기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강조한다. 베네딕도는 「규칙」의 많은 부분에서 공동기도인 성무일도에 대해 다루는데(8-18장 참조), 여덟 번의 시간시도를 위한 시편과 성서 독서들을 배정해주고 있다. 수도자는 150편의 시편들을 한 주간 동안에 다 외워야 하며 주일 새벽기도에는 항상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편 기도들을 중심점으로 해서 독서, 노동, 개인기도들이 그 둘레에 배열된다. 언제나 하루의 일과는 시간기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베네딕도는 시편 기도를 바치는 자세에 관해 가르친다. 이것은 기도의 내면성에 관한 것으로서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의 정신과 정성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무엇보다 기도자들은 성무일도를 바치는 동안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특별한 현존을 상기하고 의식해야 한다. 그러한 의식 중에 두 가지의 기본적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하나는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이다. 다른 하나는 기도자의 마음이 그 입술과 일치하고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즉 신심에서 우러나는 열의로 기도하는 것이다.
「규칙」은 개인기도에 관해 그리 많이 다루지 않으며 개인기도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독서와 노동이 기도의 연속이었던 수도자들에게 구태여 개인 기도에 대한 긴 언급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베네딕도에 의하면, 개인기도의 특성은 짧고 수수하애 한다. (20장 참조). 『많은 말로써가 아니라 마음의 순수함과 통회의 눈물로써 우리의 간청이 들어 허락되는 것임을 알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하 하느님의 은총에서 영감을 받은 열정으로 길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도는 짧고 순수해야 한다』
3-2-2. Lectio divina (하느님과 함께 하는 독서)
베네딕도에게 오늘 흔히 「묵상기도」라고 부르는 마음의 기도는 「lectio divina」의 형식을 취한다.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읽으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말씀을 새기며 그분과 친교를 이루는 것이다.
「lectio divina」(divine reading)는 다른 말로 번역할 때 독특한 본래 의미를 나타내기 어려워 고대부터 수도원 안에서 계속 라틴어로 사용되어왔다. 「divina」(神的)이라는 형용사가 설명하고 나타내는 것은 「신심적」, 혹은 「영적」이라는 것보다 더 깊은 뜻을 지닌다. 그 독서를 「divina」로 형용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직접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lectio divina」는 하느님과 함께 하는 독서로서 인간이 하느님과 함께 하는 합동 작업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단지 눈으로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의 귀로 듣는 것이다. 이러한 독서의 중요한 결실을 이루도록 하는 것은 성령의 은총이며 이에 응답하는 인간의 자세는 무엇보다 마음의 순결이다.
3-2-3. 노동
노동은 공동기도, 「lectio divina」와 함께 베네딕도의 수도자들의 일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성인은 다음과 같은 목적에서 노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1) 한가함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한가함은 영혼의 원수이다』(규칙 48장)라고 말하면서 나태와 게으름의 해악을 경고한다. 건강이나 능력을 고려하여 일이나 기술을 형제들에게 맡기는 것이 아빠스의 과제이며, 한편 시굴자들은 아빠스의 허락에 따라 겸손되이 일해야 한다. 만일 어떤 이가 자기의 기술이 수도자에 기여한다고 교만한 자세를 보이면 아빠스는 그가 다시 겸손해질 때까지 그의 기술적 업무를 중단시킨다. 이같이 베네딕도는 수도자들의 영적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히 노동을 배려하였다.
2) 노동은 생계 유지의 목적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 동안에 전통적으로 노동이 기도와 단식을 위해 발해된다고 여겼으며 노동으로 인한 물질적 소득이 하느님께 대한 신뢰에 어긋날 수 있는 위협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베네딕도는 노동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님을 때우치며 노동할 수 있도록 전통적 단식 규정을 완화시켰고 해가 짧은 계절엔 시간경 하나를 줄이는 것을 허락하기도 한다.
3) 노동은 이웃 사랑의 의무를 포함한다. 수도자들이 생산한 물건의 값을 정하는 데 있어 사회의 사람들이 파는 것보다 언제나 싸게 하여 모든 일에 하느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도록 해야한다. 수도자는 수도원 밖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일을 하는 것이다.
4) 노동의 또 하나의 주요 특면은 공동체와의 관련성이다. 각자는 공동체로부터 위임받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며, 일손이 필요한 곳을 서로 돕는다. 수도자들이 언제나 수도 공동체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동과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들을 봉쇄 구역 안에 갖추어야 한다.
베네딕도에게 일이란 육체를 통해서 하는 것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그의 분별력은 지적 능력을 가진 수도자들에게 공부와 연구를 위한 지적 노동의 시간을 허용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