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의정부 한마음수련장에서 열린 「아시아 사제양성자회의」에서 주제발표를 한 최홍준 한국 평협 기획분과장과 사랑의 씨튼 수녀회 김승혜 수녀의 원고를 요약했다. 또 이번 회의에 참가했던 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장 김정우 신부의 「사제 양성자의 양성이 필요하다」를 함께 게재한다. <편집자주>
■ ‘사제양성에 관한 평신도의 기대’ - 최홍준(파비아노)
“권위주의서 오는 독단 경계해야”
평신도들이 성직자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이 되어 신자들의 모범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사제는 친교의 주역이 돼야 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복음선포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사제들은, 사제직을 궁극의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가치 측면에서 첫 자리는 하느님께 내어 드려야 한다. 이 점을 소홀히 하거나 혼동하게 되면, 예수님의 뜻에 부합되지 않는 사제상을 보여줄 위험에 따른다. 하느님의 뜻대로 잘 산다면 지나친 활동주의에서 벗어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복음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제는 「말씀의 관리자」로서 먼저 말씀을 실천한 다음에 설교하며, 생활체험으로써 신자들을 납득시키고 회개시킬 수 있다면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사제양성에 관한 기대로서는 아르스의 본당신부 요한 비안네 성인과 올해 5월 시복된 피에트렐치나의 비오 신부의 표양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상당수 신자들이 사제와 신자 사이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이유로 「사제들의 권위주의」를 꼽고 있다. 신자들 중 상당부분이 사제의 권위주의에서 오는 독단을 경계하며 개선해야 할 첫 번째 항목으로 꼽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제직의 참된 권위는 사제가 수행해야 할 직무에서 드러나야 한다.
사제들은 그들 영혼의 집에 마리아를 모시고 기쁨과 위안을 찾으면서, 무엇보다도 그들이 봉사하는 교회의 모범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모든 사제들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모성애에 의지하면서 그분의 모범을 따르고 실행함으로써 새 천년대의 아름다운 사제상을 정립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 평협 기획분과위원장 겸 대희년준비특별위원회 위원장·방송작가·K-TV전문위원>
■ ‘세 길의 대화와 여성적 시각에서 본 사제 양성 - 김승혜 수녀’
“존경할만한 여성모델 필요”
첫째, 신학생들이 존경하고 우러러 볼 수 있는 여성 모델이 있어야 한다. 올바른 여성관이 확립되지 않음 상태로 본당에서 사목을 하다 보면 신부님 자신도 당황하고 여기서 발생되는 폐단도 있다. 신학교에 여성학 등을 강의하는 수도자나 여성 교수, 경험이 풍부한 50대 정도의 수녀가 신학생 영성지도에 참여하면 좋을 것이다.
둘째, 신부님들이 본당에서 함께 일하는 동반자인 수도자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하다. 그리스도교 역사 전체의 영성과 인류 영성사에서 드러나는 수도자의 삶와 영성을 이해하도록 신학교 안에 강의를 개설하고 수도자들과의 소그룹 토론과 피정 등을 병행하면 좋을 것이다.
셋째, 사제들이 대화하는 것, 함께 결정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것은 문제이다. 교수 신부님들이나 선후배들과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받아들이는 토론 문화를 정착시켜 개개인의 자율성을 키우고 존중할 수 잇는 분위기를 지녔으면 한다.
넷째, 다른 종교와의 대화, 문화와의 대화에 기반을 두어 사제 각자의 인격 형성을 굳건히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신학교 교육에서 타 종교 교육에 교과의 20~30%를 할당해야 한다.
다섯째, 소외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기 위해 분명한 사회의식을 가질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면 좋을 것이다. 신학교 생활 중 가난한 사람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던 사제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당황한다. 가난한 사람들과 직접 접하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야 한다.
<사랑의 씨튼 수녀회>
■ 사제양성자회의 참가한 김정우 신부에게 듣는다
사제양성자의 양성이 필요하다
학문은 ‘프로’ 영성지도는 ‘아마추어’
학업·영성·생활 각부문 전문가 육성 시급
전교회 차원 양성에 관심·협조 필요
한국 사제양성 지침서는 『온 세상의 복음화는 그리스도의 지상 명령이며, 이 복음화에 직결되는 사제 양성은 교회의 일차적 주요 과업이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과업을 보다 더 잘 실천하기 위해서 아시아 교회의 신학교 양성자들이 제3천년기를 앞두고 사제양성에 관한 모임을 가졌다.
이번 모임을 통해 필자는 나름대로 한국 신학교의 사제 양성의 문제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오늘날 한국 신학교의 사제 양성의 문제점을 서술해 보면 대다수의 양성자가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학위를 해 가지고 돌아와서 신학교 강단에 서면서 양성자가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양성자는 자기가 전공한 학문분야에서 전문가인 지적인 양성자일 뿐이지, 신학생들의 영성을 지도하고 신학생과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양성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양성 지식없이 맘대로 교육
또한 양성자들은 교육학적인 지식도 없이, 양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도 없이, 양성에 대한 특별한 교욱도 없이 자신의 경험이나 자기의 주관대로, 그리고 자신이 신학생 때 받았던 양성교육을 토대로 신학생을 교육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양성자가 외국서 공부한 것은 신학일 뿐이지 신학생의 전반적인 양성을 위한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 양성의 기준이나 척도는 교회가 말하는 기준이 아니라 양성자 자신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양성자 자신의 성격적 결함에 의해 피해를 보는 신학생도 있으며, 양성자의 교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 신부생활에 대한 주관적인 시각이 신학생들에게 주입되고 있고, 이러한 영향을 받은 신학생들은 여과장치도 없이 이러한 양성자의 사고나 주장을 답습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양성자 자신의 성격적 결함에 의해 피해를 보는 신학생도 있으며, 양성자의 교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 신부생활에 대한 주관적인 시각이 신학생들에게 주입되고 있고, 이러한 영향을 받은 신학생들은 여과장치도 없이 이러한 양성자의 사고나 주장을 답습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이 결구 사제생활에서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오게 할 수도 잇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모임의 성명서에도 로마에 아시아 신학교 양성자를 위한 교육기관 설립을 건의한 것을 보아도 양성자의 양성이 중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대다수의 신학교 양성자들의 역할은 강의를 하고 영성지도를 하고 생활지도를 해야하는 3중의 부감을 안고 허덕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하나에도 전력을 다해 충실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문적으로 학문을 전개해 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없으며, 영성적으로 학생들을 심화시켜 볼 수 있는 영적인 준비도 미습하고 이러한 것에 쫓기고 시달리다 보면 학생들과의 생활은 피곤학 짜증나는 시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기성 사제들의 표양 중요
특히 이번 모임에서도 강조된 것이지만 신학생들의 영성지도도 문제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 뿐만 아니라 세계 교회안에서 사제들이 겪고 있는 정체성의 위기의 원인은 영성적인 빈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황청 인류 복음화성도 『한국의 많은 신학생들에게 미래 사제로서의 정체성이 부족하고 희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의 위기는 단지 신학교 양성 교육에만 문제가 잇는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체성 위기와 맞물려서 생겨나는 그리스도교 영성의 부족인 것이다. 따라서 영성지도를 위한 전문가의 지도와 영성지도자 양성이 시급한 실정인 것이다.
따라서 학업, 영성, 생활 각 부분에 대한 전문 양성자를 시급히 양성하는데 아낌없는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하겠고 이 세 부분이 서로 협력하는 데서 올바른 양성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감히 제언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사제 양성이라는 것을 새롭게 이해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사실 사제 양성이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좋은 일꾼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제 양성은 신학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제 양성은 사제로서 살아가는 동안 계속 되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속적인 양성이 필요한 것이며 양성(Formatio)이라는 말도 새롭세 이해되어야 한다. 즉 양성은 똑같은 구멍이 난 연탄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잘 타는 연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신학교 교육은 사제를 만들어 낸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사제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곳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제 사제 양성은 신학교에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다. 사실 신학생들은 6개월은 학교에서, 6개월은 본당에서 지낸다. 그러므로 본당, 교구, 신자 모두의 협조와 관심 그리고 함께 사제를 양성한다는 의식이 중요하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성사제들의 삶의 모범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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