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사랑 안에서 ‘장애’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오는 17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서양화가 문은주(글로리아?52?의정부 대화동본당)씨가 이를 증명한다. 2000년 단성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10년 만에 영성적인 창작활동을 모은 전시회를 통해서다.
“제가 꿈꾸던 작업입니다.”
이번 전시는 2년마다 개인전을 열며 왕성하게 활동해 온 그의 화가인생을 중간 정리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성적인 주제로는 처음 선보이는 전시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성경을 읽으면서 묵상했던 것을 표현했어요. 주님과 함께 작업을 해서인지 저절로 희망이 생기더군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마다 붙잡아 주신 주님에 대한 마음과 사랑을 담았습니다.”
문씨는 이전 작업을 통해서 내외적 고통을 화폭에 펼쳐냈다. ‘나비’ 시리즈와 ‘Dancing with wind’ 시리즈는 신체적인 구속에서의 탈출을 조형적인 언어로 표현한 작업이었다. 이번 역시 신체적인 한계에서 벗어나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고통을 반영하기보다는 즐거움과 희망을 속삭였다.
물론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비장애인들에게도 창작은 고통이지만, 장애를 안고 있는 그가 경험한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소아마비로 인한 오른손 마비로 작업은 오로지 왼손에 기대야한다. 이 때문에 보통 일주일이면 해낼 수 있는 작업에 한 달 이상을 매달려야 했다. 특히 그 작업이라는 것이 꼴라주와 덧칠 작업이기에 더 많은 인내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게다가 항상 지켜봐주고 힘이 되어 준 양친의 병환 소식이 전해지면서 심적인 아픔까지 더해졌다. ‘삶은 희망이다’라는 전시 주제와 현실이 너무나도 역설적이기에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오히려 크게 다가온다.
“희망적인 상황이기에 ‘희망’을 그린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바라야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그는 몸소 진정한 ‘희망’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항상 꿈꾸고 간절히 지도하면 힘들게 돌아가더라도 언젠가는 이루게 된다는 희망이었다. 문씨는 이를 주님께 받은 은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활동의 중간마침표가 된 이번 전시는 앞으로의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정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작품을 좋아해주는 이들을 통해 작업을 지속해 나갈 힘을 얻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겁 없이 시작했지만 이제 활동 10년째라 더 무서워요. 그래도 그동안 제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아껴주시는 분들이 있어 그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전시는 23일까지 열린다.
※문의 02-727-2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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