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이 오랜만에 손님들로 북적였다. 손님들은 자녀들까지 동반한 터라, 또래를 만난 자녀는 더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의 그런 행동에 손님들이 예의 없다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앞섰다.
그리곤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러하듯 “그렇게 떠드는 거 아냐, 조용히 해!”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가 금세 조용해지지 않자 ‘매를 든다’고 협박하며 타이르듯(?) 다그친다.
아이로서는 신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왜 조용히 해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현명한 부모였다면 “오랜만에 또래 친구를 만나서 신나는구나? 함께 뭘하기에 그렇게 재미있을까?” 등으로 반응하며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부모는 이치에 맞게 정확한 판단과 예의를 가르치는 것이 의무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이 때문에 아이가 감정반응을 하지 못하도록 억누르고, 감정반응을 보였을 때 혼을 냈다. 고등교육을 받고 자녀 훈육의 기본기를 갖췄다고 자부하는 부모들도 이러한 모습은 흔히 보인다.
자녀의 감정을 잘 읽고 공감, 반응하는 것은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행동이다.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을 물리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인간의 기능을 망가뜨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자녀교육 전문가들은 아이의 감정 경험에 대해 부모가 가져야할 원칙은 ‘반응적 경청’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녀의 말을 먼저 들어주고, 그 감정에 적극적으로 공감한 뒤 반드시 반응을 해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간의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은 기본 감정에서 분화되어 나오고, 경험은 이러한 감정이 무엇인지 인지하게 한다. 부모와 감정 반응을 자주 나누고 충분히 표현하는 경험을 했다면,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충분히 반응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면서 성장한 아이들은 좋은 성격을 가질 수 있고, 특히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도 갖추게 돼 건강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물론 부모가 모든 일상에서 자녀의 세세한 감정에 눈높이를 맞춰 반응하기는 어렵다. 문제가 아예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평소 생활에서 잊지말아야할 것은 모든 감정적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지하고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는 노력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또 자신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는 노력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자녀가 자신의 감정을 잘 느끼고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자녀의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부모가 아이에게 베풀어줄 수 있는 최고의 덕목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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