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발작을 일으켰다. 눈이 뒤집어지고,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비 오듯 땀 흘리며 고통 받고 있는 아들 곁에서 엄마 혜영(수산나·가명)씨가 절규한다.
‘아들아, 죽지마. 아들아, 가지마. 세상에 너와 나 단 둘뿐인데….’
이혼여성으로 세상을 살아가던 엄마에게 아들은 하늘이었고, 버팀목이자 꿈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만 같던 그 아들이 어느날 이상해졌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소변을 보는가 하면, 극도로 정신이 산만해지고 기억력도 떨어졌다. 그리고 불과 몇 달 후, 아들은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이 강직되는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 응급실을 수십 번 왔다갔다하는 동안 아들의 목숨도 몇 번이나 왔다갔다했다. 엄마 혜영씨는 영민 군의 병명을 듣고 주저앉았다.
‘우리나라에 30명밖에 없다는 희귀난치병이 왜 내 아들에게….’
경련과 근육강직, 호흡곤란이 반복되는 부신백색질형성장애증은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난치병이다. 약물투여로 증상이 완화되긴 하지만 언제 발작을 일으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24시간 주의깊게 간병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다.
비록 월세방 신세였지만 새마을금고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며 안락한 삶을 꿈꾸던 혜영씨는 아들을 고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양육비를 보내주겠다던 전 남편은 소식이 없고, 오히려 부양능력이 있는 전 남편 때문에 영민 군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되지도 못했다. 도와주는 친척도, 손 내밀 이웃도 없는 혜영씨는 매일 불어나는 병원비를 생각하며 한숨을 쉰다.
“발작 주기가 짧아져 아들에게 투여하는 약물의 양도 늘어나고 있어요. 이제는 약에 취해 저를 알아보지도 못해요. 눈을 뜨고 있어도 의식이 없어요.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지가 언제인지…. 이제 목소리도 가물가물해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들,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는 아들 곁을 홀로 지키며 두려움과 외로움에 떨던 혜영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우리 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누군가, 저희를 도와줄 사람이 정말 이 세상에 있을까요? 기적이란 게 정말 있을까요?”
춥고 외로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혜영씨와 영민군 모자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을까. 세상에 대한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두 모자가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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