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음’이라는 말을 듣거나 떠올리기만 해도 긴장하게 되고 우울해진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소중하게 여기며 아끼고 지녔던 크고 작은 모든 것을 포기 할 수밖에 없다는 상실감과 육체적으로 겪을지도 모르는 고통에 대한 불안, 그리고 죽은 후에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두려움으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롭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는 장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드러내며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강조하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 신자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을 가르치고 있으며 다른 이의 죽음을 통하여 내 삶을 돌이켜보고 자신의 죽음을 묵상해 보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신비와 환희라 한다면, 일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맞는 임종의 순간은 거룩함과 숭고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임종의 순간만큼은 집착했던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어느 것 하나 욕심내지 않으며 내 몸에 붙어 있는 살과 뼈 마저도 포기하는 온전한 비움을 실천하는 거룩한 과정이다.
그러면 이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을 맞이하는 임종하는 이를 우리는 어떻게 도와야 하는가?
임종은 그저 안타까움과 충격을 참아가며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임종을 맞는 이와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그 순간 같이 있었다는 사실뿐 아니라 임종자와 교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성체조배실에 머물렀다 해서 주님과 함께했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임종을 맞는 이는 불안 때문에 죽음을 대면할 용기를 잃거나 신앙이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가족들은 가까이 둘러 앉아 기도와 사랑의 표현으로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도록 이끌며 회개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 하느님의 자비와 구원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여 주님 뜻에 순명하고 하느님 나라에서의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
우리의 신앙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 분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며 살아가려 노력하는 여정으로 마침내 죽음을 통해 부활하여 하느님 나라에 받아들여짐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할 수 있다.
우리 신앙의 궁극적인 목표가 죽어서 부활하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우리 신앙의 여정은 넓은 의미에서 임종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죽음에 의연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름답게 살다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라실 하느님의 의도대로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늘 어떤 마음과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 위령 성월에 함께 묵상하기를 감히 용기 내어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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